윤필웅 농협중앙회 충북본부 홍보실장
[시론]

일본 전역에 350여개의 매장을 갖고 있는 초밥 체인점 ‘구라스시’에는 요리사가 한명도 없다. 대신 시간당 3500개의 초밥을 만드는 로봇만 있을 뿐이다. 미국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학(UCSF) 등 5개 대학병원에서는 약사 대신 로봇이 약을 제조한다. 컨설팅회사 A.T커니는 투자상담과 재무설계도 사람 대신 ‘로보 어드바이저(Robo Advisor)’가 5년 이내 주류로 부상 할 것이라고 전망하고 있다.

서울대 이준환 교수 연구팀이 만든 ‘로봇 기자’는 프로야구 중계 데이터와 알고리즘을 활용해 프로야구 기사를 써서 주목을 받았다. 이미 AP·블룸버그 등 해외 언론사 뿐만 아니라 국내 경제일간지 파이낸셜뉴스도 지난 21일 ‘IamFNBOT’이란 로봇 기자가 국내 주식시장 관련 기사를 쓰는데 성공했다고 전했다.

최근 일본 노무라 종합연구소와 영국 옥스퍼드대학 연구진은 앞으로 10~20년 후엔 일본 인구의 절반이 하는 업무가 인공지능(AI)이나 로봇으로 대체될 가능성이 크다는 조사 결과를 내놨다. 일본 내 4280만명이 종사하는 직업 600개 가운데 49%가 사라진다는 결과다. 앞으로 사라질 직업으로 일반 사무직, 택시 운전사, 마트 계산원, 경비원, 약사, 기자, 빌딩 및 호텔 청소원 등이 꼽혔다.

반대로 살아남을 직업으로 의사, 교사, 연구원, 관광 가이드, 미용사 등 전문직이거나, 사람들과 의사소통이 필요한 직업들이 제시됐다. 워싱턴포스트도 미래에 살아남을 직업으로 정보보안 전문가, 빅데이터 분석가, 인공지능 로봇전문가,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개발자와 함께 교수, 의사 등을 들었다.

이런 내용이 지난해 공중파TV와 최근 언론보도를 통해 세상에 알려지자 사람들은 경악과 동시에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렇지 않아도 경기침체로 고통 받는 요즘, 자원고갈과 이상기후에 이어 일자리 소멸이란 공포가 새롭게 스며들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로봇이 일자리를 파괴할 거라는 불안한 전망은 과거를 돌이켜 본다면 비관적인 것만은 아니다. 왜냐하면 인공지능·로봇기술·사물인터넷(IoT) 등이 주도하는 이른바 4차 산업혁명이 오히려 다양하고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할 가능성이 클 것이기 때문이다.

과거 전기의 발명이 전기·전자산업을 20세기 주요 산업으로 바꿨지만, 전기산업 발전으로 사라진 양초업자 일자리 보다 새롭게 탄생한 일자리가 더욱 많았다. 자동차 산업으로 마부의 일자리가 없어졌고, 컴퓨터 등장으로 타이피스트 직업이 사라졌지만, 그것들의 탄생으로 각종 엔터테인먼트나 서비스 업종에서 인력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우리의 농업분야도 예외는 아니다. 최근 농협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대규모 공장형 농장이 속속 들어서 효율성은 높아지고 인력이 덜 필요해진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귀농·귀촌 인구가 늘면서 도시농업 전문가, 팜파티 전문가, 치유농업 지도사 등 삶의 질 향상과 유기농업을 둘러싼 여가와 건강에 대한 관심의 고조로 농업에서도 새로운 직업들이 등장하기 시작했다. 이처럼 문명이 발달하고 복잡해질수록 노동의 분업은 확대되고, 노동의 분업이 많아질수록 일자리는 늘어왔다. 기술의 발전은 일자리를 없애지 않고 더 만들어 낼 것이다. 단지 사라지는 일자리 보다 새로 생겨나는 일자리가 더 안보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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