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오상 옥천경찰서 청산파출소장
[투데이포럼]

‘신언서판(身言書判)’이란 중국의 당나라 때 관리를 등용하는 시험에서 인물평가의 기준으로 삼았던 몸가짐(體貌·체모), 말솜씨(言辯·언변), 글솜씨나 모양(筆跡·필적), 사물을 인식해서 논리나 기준 등에 따라 판단(判斷)하는 네 가지를 이르는 말로, 사람을 평가할 때 흔히 쓰이는 말이다.

필자는 초등학교 어릴 때와 중·고등학교 재학시절 선생님들이 제복이 잘 어울린다며 제복을 입는 직업이 됐으면 한다고 하셨다. 그래서 택한 것이 경찰관이다. 적성에도 맞고 천성(天性)이다. 4년전 파출소장으로 재직 시 시골의 이색적인 초등학교 졸업식에 참석했는데 졸업생 31명 중 자기의 꿈을 소개하는 ‘장래희망란’에 경찰관이 11명으로 가장 많았다.

그리고 얼마 전 모 방송국 퀴즈쇼 프로그램에서는 '우리나라 초등학생 장래 희망 1위'가 공무원으로 조사된 바 있다. 1980년대 1위는 대통령, 1990년대 1위는 의사였다. 2012년 초등학생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 결과 1위는 공무원, 2위 연예인, 3위 운동선수였다고 한다.

지난해 1차 전국경찰관 채용시험에서 충북은 남자 74명 모집에 1151명 응시해 15.5대 1, 여자는 20명 모집에 491명이 응시 24.5대 1을 기록했다. 또 대구는 남자 23대 1, 여자는 87대 1의 최고 경쟁률을 보였다. 학원가에서는 경쟁자보다 높은 점수로 합격하려면 고시학원을 3년 이상 다녀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돌 정도로 경찰 직업에 대한 인기가 높다. 보통 대기업 임직원의 평균 근속연수는 11년 정도로, 신입사원으로 입사했다 하더라도 명예퇴직 등을 이유로 40세 전후에 회사를 떠나는 게 현실이다 보니 보다 안전한 공무원을 선호하는 경향이 많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하지만 공직생활, 특히 경찰 공무원의 삶은 그리 녹록치 않다. 경찰 입문과 동시에 극도의 긴장과 불규칙한 생활의 연속으로 힘든 직업임을 부인할 수 없으나 대한민국 경찰관은 묵묵히 맡은바 직무에 충실하고 있다. 신임 순경부터 퇴직할 때까지 평생 이어갈 수 있는 힘의 원천은 무엇일까 궁금해졌다. 그랬더니 바로 '명분'이었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는 막중한 임무를 띠고 있는 만큼 몸과 마음은 힘들지만 대의명분 앞에 좌절하거나 굴복할 경찰관은 거의 없을 것이다.

지난날 경찰은 국민들의 신뢰를 얻지 못한 게 사실이지만 경찰은 끊임없는 변화의 노력과 혁신을 통해 신뢰받는 경찰로 거듭나고 있다. 아직은 부족한 점이 있지만, 지속적인 변화와 혁신을 통해 언젠가는 영국경찰처럼 국민들로부터 사랑과 존경을 받는 경찰이 될 것으로 확신한다. 왜냐하면 우리에겐 경찰을 꿈꾸는 어린 꿈나무들이 지금 이 순간에도 무럭무럭 자라나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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