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애 수필가

수족관 물을 갈아주기 위해 스킨답서스를 걷어내니 유유히 노닐던 구피들이 소스라치게 놀란다. 내 딴엔 깨끗한 물로 갈아주기 위한 일이지만 구피에겐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일 수밖에 없는가 보다. 방향을 잃고 우왕좌왕하는 구피 무리가 마치 오늘을 사는 우리네 모습을 닮았다.

몇 달 전 지인에게 구피를 분양받게 되어 할일을 제쳐놓고 수족관 가게로 달려갔다. 많지 않은 구피 가족이었지만 자유롭게 헤엄칠 수 있는 커다란 수족관과 바닥재, 여과기, 뜰채 등 필요한 물품 몇 가지를 샀다. 구피의 일상은 단조로웠지만 행복해 보였다. 그러나 새끼를 낳게 되자 녀석들의 본성이 드러났다. 새끼들이 꼼지락거리며 오가면 큰놈들이 공격적인 태도를 보이는가 하면 꿀꺽 먹어버리곤 하였다. 성어들에게서 참된 어른의 모습은 눈을 씻고 봐도 보이질 않았다. 새끼 구피들이 태어나자마자 먹잇감이 되듯 우리 현실도 만만치 않다. 지난해에는 혼용무도(昏庸無道)라는 사자성어가 선정될 만큼 정치인이나 시민이나 제자리를 찾지 못했다. 서로서로 불신하는 시대, 힘 있는 자들은 약자를 짓밟고, 백성을 이끌어야 하는 주체들은 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다.

성어들의 횡포를 막기 위해 스킨답서스 한 아름을 꺾어다 수족관에 넣어줬다. 스킨답서스는 뽀얀 다리를 살포시 뻗어 숲을 이루었고 구피들은 그 숲에 깃들어 살며 평화를 되찾았다. 어울릴 것 같지 않았던 이 두 가족의 아름다운 상생, 이 미물에게서 공존의 법칙을 배운다.

우리에게도 스킨답서스처럼 민생을 안정시킬 수 있는 강력한 처방이 필요하다. 더불어 산다는 것은 진정한 상생을 의미한다. 각각의 정당은 특권과 권력의 상징이 아니다.

정당은 표를 계산하지 말고 국민의 후생을 걱정해야 한다. 백성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수렴할 줄 알아야 한다. 아무리 새로운 당을 창당하고 당의 이름이 바뀐다 하더라도 의식이 바뀌지 않으면 무슨 소용이겠는가.

올해도 미국의 금리 인상과 신흥국의 부채 위기와 중국의 구조조정 등 우리를 둘러싼 환경이 크게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이 위기를 잘 극복하기 위해서는 지도자와 백성 모두 선한 마음으로 힘을 합쳐야 한다. 분쟁과 분열로 백성을 혼란에 빠뜨리는 국회의 무능함과 잘못은 이제 막을 내려야 한다. 스킨답서스와 구피는 복잡한 관계의 형식을 벗어나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적응하며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가 되었다. 더불어 살기 위해선 진정한 통합과 소통의 길로 나아가야 한다. 깨끗한 물로 채워진 수족관에서는 스킨답서스와 구피가 평화를 되찾아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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