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진석 충북본사 사회교육부장
[데스크칼럼]

충북지역 어린이집 누리과정(만 3~5세 무상보육) ‘보육대란’이 목전이다.

전국 시·도교육감과 정부가 벼랑 끝 대치 국면에 있기 때문이다. 학부모들은 안중에도 없어 보인다. 양보는커녕 ‘책임공방’뿐이다. 정부는 법령에 따라 시·도교육청이 자체 예산으로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시·도교육감들은 누리과정 예산은 정부가 지원하기로 한 박근혜 대통령의 공약사업이라며 맞서고 있다. 양측 모두 어린이들을 볼모로 ‘돈을 지원하지 않겠다’며 감정 싸움을 벌이고 있다. 이 때문에 가운데서 애꿎은 아이들과 학부모들만 피해를 보게 됐다.

교육부는 지난해 10월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시·도교육청의 의무지출경비로 하는 내용의 ‘지방재정법 시행령’을 개정해 교육감들을 옥죄었다. 하지만 김병우 충북도교육감을 비롯한 진보교육감들은 교육부가 아닌 보건복지부에서 관리하는 어린이집 예산을 국고 지원 없이 교육청에 떠넘기는 것은 ‘법령위반’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김 교육감은 올해 단 한푼의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도 편성하지 않았다.

교육부는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않는 것은 직무유기라며 감사원 감사 청구와 검찰 고발까지 거론하며 압박하고 있다. 실제 한국어린이집총연합회는 김병우 충북도교육감과 조희연 서울시교육감을 검찰에 고발했다. 총연합회는 고발장에서 “김병우 교육감 등이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지 않은 것은 형법상 직무유기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지방재정법 시행령에 따라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은 시·도교육청의 의무지출경비이므로, 교육감은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할 법적인 의무가 있다”고 주장했다. 이런 가운데 충북도의회는 일찌감치 김병우 교육감을 압박했다. 도의회가 강제로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한 것이다. 상황이 이렇지만 김 교육감은 눈 하나 꿈쩍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김 교육감은 임의로 편성된 어린이집 누리과정을 다시 심의해달라며 지난 8일 도의회에 재의를 요구했다. 그러자 도의회는 김 교육감이 제기한 재의를 오는 7월 임시회에서나 처리키로 했다.

현실적으로 김 교육감의 재의 요구가 도의회 본회의에서 표결이 이뤄지더라도 결과가 뒤집어지지는 않을 것이 뻔하다. 그러면 도교육청은 곧바로 법원에 집행 정지결정 가처분 신청과 함께 대법원 제소로 맞설 가능성이 높다. 당연히 판결이 연내 나오기는 어렵다.

도교육청은 어떤 결과가 나오든 대법원 판결 전에는 임의 편성된 어린이집 누리과정 예산을 집행할 뜻이 없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결국 정부와 교육감들 사이에 통 큰 합의가 이뤄지지 않는 한, 올 한 해 충북지역은 어린이집 누리과정 보육대란으로 학부모들의 피해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때문에 우리는 정부와 김병우 교육감 모두를 비판, 또 비판하지 않을 수 없다.

진보교육감 압박에만 급급한 정부나, 자신의 소관업무가 아니라며 일체의 자구노력을 외면하는 김 교육감 모두 누리과정 예산을 둘러싼 갈등을 하루 빨리 끝장 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매월 어린이집 학부모들이 수 십 만원씩의 보육료를 직접 부담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이 도래한다. 어린이집 누리과정은 미래 대한민국을 짊어질 유아들을 돌보고, 가꾸는 일이다. 누구에게 책임을 떠넘긴다고 될 일이 아니다. 함께 책임을 져야 할 문제다. 학부모들의 분노가 폭발 직전이다. 학부모들은 정부와 김병우 교육감 모두를 똑같이 비판하고 있다. ‘도긴개긴’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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