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범 대전 대덕구청장
[투데이포럼]

요즘 언론매체나 몇몇이 모인 자리에서 어김없이 거론되는 단어가 바로 소통(疏通)과 불통(不通)이다. 거리와 공간의 제약이 거의 없는 소통의 수단인 스마트폰이 이미 생필품이 된 사회임에도 소통과 불통은 여전히 우리 생활의 큰 화두가 되는 것이다. 여기에 더불어 따라오는 것이 바로 ‘소원(疏遠)하다’는 말이다. 이는 아직도 소통의 벽이 존재하고, 그로 인해 답답하고 억울한 사람들이 많다는 뜻이다.

절대 권력자도 대중이 원하는 모든 것을 이뤄주는 메시아가 될 수 없다. 하물며 작은 기초단체를 책임지고 있는 구청장은 말할 것도 없다. 하지만 필자가 메시아처럼 할 수 있는 것이 딱 한 가지가 있다. 구성원의 답답함을 들어주는 것, 그리고 함께 즐거워하고, 아프고, 슬퍼하는 것이다.

초선 구청장의 하루는 그리 특별하지 않다. 다만 매일매일 사람들을 만나고 수없이 아쉬운 이야기를 듣는다. 실제 시원하게 해결해 줄 수 있는 일은 그리 많지 않다. 구청장이 모든 아픈 현실을 해결해 주기에 턱없이 부족한 예산과 권한 덕분이다. 하지만 그들의 아픔을 듣고 함께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렇기에 더 듣고 공감하고 소통한다. 소통하고 공감하는 것이 그 어떤 문제해결보다 가치가 있다는 확신이 있기에 더욱 그렇다.

구청장으로서 SNS를 통한 소통을 강조하고 ‘소통 1번지 대덕구’와 ‘화이통(화이팅과 소통을 합한 조어)’을 지역 행사 때마다 외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1년 6개월이 지난 지금은 공직자들뿐만 아니라 현재 8000여 명의 주민이 SNS(밴드)를 통해 자신의 이야기를 쏟아내고, 서로 소통하고 공감하고 있다.

구청장에 취임하면서 소통과 공감을 위해 바꾼 것이 또 있다. 관용차를 세단에서 승합차로 바꾼 것이다. 승합차가 업무를 보는데 편리한 것도 있지만, 정치인이나 으레 힘 깨나 쓰는 사람들이 탄다고 여기는 검은 세단에 대한 부담이 더 컸다. 새로 바뀐 승합차를 1년 6개월 넘게 타온 길을 돌아보니 벌써 대전과 부산을 150번쯤 왕복한 거리다. 지역 구석구석을 누비며 2100여 건의 공식 일정을 치르는 동안 약 11만명의 주민과 나눈 소중한 사연들을 싣고 말이다.

필자에게는 지방자치에 대해 나름의 철학이 있다. 자칫 진부한 표현일지도 모르지만, 기본은 ‘정(情)’과 ‘사랑’에 있다는 것이다. 물론 그 속에는 ‘감정의 소통’과 ‘공감’이 깔려 있어야 한다. 지역발전을 위해 마천루를 유치하고 아름다운 무지개다리를 건설하는 것도 좋다. 그러나 구청장을 하는 동안 소원(疎遠)한 사람이 단 한 사람도 생기지 않았으면 하는 게 더 큰 바람이다. 서로 소원(疎遠)하지 않고, 소통과 섬김으로 ‘일심일덕(一心一德)’을 이루면 그 옛날 중국 주(周) 나라 무왕(武王)이 그랬듯 더 큰 일과 희망을 이룰 힘이 생긴다고 믿는다. 필자는 누군가가 “지방자치란 무엇이냐”고 물어 온다면 당당하게 정과 사랑, 소통과 공감이 곧 지방자치라고 확신 있게 답할 수 있다. 그리고 또 소통을 위한 하루를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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