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북본사 편집국장
[나인문의 窓]

20대 총선일이 석 달여 앞으로 바싹 다가왔다. 하지만 여의도는 '혼수상태'다. 선거구 없는 불법상태다. 최악의 무능국회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다. 하지만 국회의원들은 선거구가 법적으로 무효가 됐는데도 또다시 국민을 속이려 한다. 여당은 여당대로, 둘 셋으로 쪼개진 야당은 야당대로 자신들을 뽑아줘야 이 나라가 바로 선다고 말한다. 법을 만드는 국회가 스스로 '불법'을 저지르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인데도 말이다.

국회의 가장 기본적인 기능인 법안심사 역시 뒷전으로 밀려난 지 오래다. 입으로는 국가와 국민을 말한다. 하지만 속내는 제 살 길만 찾는 그들만의 리그가 판치고 있다.

새누리당은 국민의 이해와 전혀 상관없는 공천 규칙 논의에만 함몰돼 있다. 야권 역시 당명까지 바꾼 더불어민주당과 안철수·천정배 의원이 추진 중인 신당을 놓고 패권 경쟁에 치중하고 있다.

문재인 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의 공동창업주였던 안철수 의원은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를 찾아가 구원의 손길을 요청했다. 문 대표는 차 한 잔도 얻어마시지 못한 채 빠져나왔고, 안 의원은 큰 절까지 올렸다. 그들은 이희호 여사를 만나 무엇을 얻으려 했던 것일까.

19대 국회 임기 말까지 정당 간, 정파 간 주도권 다툼만 벌이다 세월을 허송한 책임은 누가 져야 한단 말인가.

‘새 정치’를 한다고 정치권에 진입한 안철수 의원은 새정치민주연합을 헌신짝 버리듯 내팽개치고 또 다른 이름으로 새 정치를 외치고 있다. ‘팽’을 당한 문재인 대표는 모든 이와 ‘더불어’ 또 다른 새 정치를 하겠다고 더불어민주당이란 간판으로 바꿔달고 사람들을 불러 모으고 있다. 합리적인 의사결정도 작동하지 않고 있는데 말이다. 여당의 무책임도 임계점에 다다른 모습이다. 김무성 대표 역시 ‘19대 국회처럼 무능하고 정치력 없는 국회를 본 적이 없다’는 국민들의 원성을 못 듣는 것처럼 딴전이다. 이미 국회가 뇌사상태에 빠져있는데도 말이다.

자신들이 뛸 운동장(선거구)을 몰라 허둥대는 정치신인이나 예비후보들의 타들어가는 속은 안중에도 없다. 이들과 달리 상대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현역의원들은 그리 급하지 않은 탓이기도 하다. 세계가 무한 생존경쟁을 펼치고 있는 가운데 정치권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면서 경제위기의 주범이 정치라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정치가 경제발전의 발목을 잡고 있는 데 대한 일갈이다.

국회가 이처럼 일탈을 일삼는 것은 우리 스스로의 책임도 크다. 그들을 국회로 보낸 게 우리 자신들이기 때문이다. 진지한 고민 없이 현란한 말과 달콤한 공약에 속아 표를 주지 않았는지 자문해봐야 한다. 더 나아가 20대 총선에서는 국민을 무서워하지 않는 정치인의 퇴출에 앞장서야 한다.

아무리 바꾸려해도 바뀌지 않는 게 정치라고 한다. 그러나 국민만이 정치판을 바꿀 수 있다. 잘못된 정치로부터 괴로움을 당하는 것도 국민이고, 잘못된 정치를 바로잡는 것도 국민이다. 정치가 스스로 변하지 않는다면 국민이 변하는 수밖에 없다. 정치공학적 원칙이나 도리를 저버리고 자신의 이익만 쫓는 정치인들을 퇴출시킬 그날이 오고 있다. 그날이 오면 더 이상 손가락을 원망하지 않도록 꼼꼼히 따져보고 최악의 선택은 피해야 한다. 최선이 없으면 차선이라도 선택해야 한다. 국민이 오히려 정치를 걱정하는 몽매를 날려버리기 위해서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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