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연수 충북 청풍명월21실천협의회 사무처장
[투데이포럼]

"내려와야지 평생 거기에 삽니까?" 영화 히말라야에서 칸첸중가(8586m) 등반을 하다 베이스캠프에서 촬영을 하며 '정상 성공을 하면 어떻게 할거냐'는 기자의 질문에 박무택 대원이 한 말이다. 이 말은 영화가 끝날 때까지 내 머리를 맴 돌았다. 2009년 히운출리 북벽에 신루트를 개척하다 산화한 직지원정대 고(故) 박종성·민준영 대원도 같은 마음일 것이다. 그들은 어느 누구에게도 목격되지 않은 미지의 세계 히말라야 히운출리 북벽에서 내려오지 않고 있다. 아직도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은 그 북벽에서 두 악우(岳友)는 서로를 의지하며 버티고 있다. 1924년 실종된 지 75년 만에 발견된 영국 에베레스트 원정대 '조지 말로리'처럼 우리 대원들이 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계명대학교는 개교 50주년 기념으로 꾸려진 '2004 계명대학교 에베레스트 원정대'의 중심에 박무택 등반대장이 있다. 박 대장은 계명대 산악부 '87학번’으로 엄홍길 대장과 함께 2000년 칸첸중가, K2, 2001년 시샤팡마, 2002년 에베레스트를 함께 등정한 산악인이다. 박 대장은 후배 장민 대원과 함께 2004년 5월 18일 에베레스트 정상을 오르고 설맹이 걸려 하산하다 8750m지점에서 비박을 결정하고 탈진한 후배 장민 대원에게 먼저 내려가라 하고 혼자 남았다가 영원히 에베레스트에 남는다.

1년이 지난 후 '2005 한국 초모롱마(에베레스트의 티벳 명칭) 휴먼원정대'가 꾸려졌다. 휴먼원정대는 엄홍길 대장을 중심으로 구성됐으며 등반로상에 방치돼 있는 박무택 대장과 백준호·장민 대원의 시신을 수색하고 수습하는데 목적을 두고 출발했다. 기록도, 명예도, 보상도 없는 산악인의 가슴 뜨거운 등반이다. 인천공항을 출발한지 77일째 악화된 날씨를 뚫고 박무택 대장의 시신을 수습했다. 100㎏이 넘는 고치 상태가 된 시신을 대원들은 8600m지점의 세컨드 스텝까지 내리고 편히 누울 자리를 만들어 돌무덤을 쌓아 케른을 만들었다. 영화 히마라야에서 부인 유미의 말처럼 '동료대원과 같이 떨어지기 실어서 그곳에 남으려 했을지’도 모른다.

2009년 9월 25일 히말라야 히운출리 북벽에서는 직지원정대원인 박종성·민준영이 오전 8시30분 베이스캠프와 마지막 무선을 하고 영원히 목소리를 닫았다. 네 차례의 헬기 수색과 현지 수색대 등 전문가들과 현장을 수색했으나 흔적을 발견할 수조차 없었다. 이제는 베이스캠프 언덕에 추모탑만 남아 그들을 기억하고 있다. 누군가가 가면 그 길이 세계 초등이다. 영화를 보는 내내 눈물이 하염없이 흘렀다. 등반 전 단양 빙벽장으로 찾아와 등반 끝나고 술한잔 하기로 했던 무택이와 직지원정대원으로 생사고락을 함께 한 종성이와 준영이가 스크린에서 오버랩된다. 그들과 함께 지내던 베이스캠프에 다섯 번이나 다녀왔지만 여전히 무전기는 먹통이다. 8일이면 또 그곳으로 간다. 지구온난화와 태풍 지진으로 인해 벌써 세 번째 세운 메모리얼에서 소주잔 기울이며 이야기나 나누련다. ‘산은, 히말라야는 우리에게 어떤 존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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