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헌오 시인·전 대전문학관 관장
[투데이포럼]

흔히 자신의 집을 명가로 인정받기를 원하고 인정받을만한 명가를 이루기 위해서 노력하는 집이 너무나 많다. 사회적 명예만 얻으면 명가가 될 것이라는 생각에 명예를 얻기 위해서 선출직에 출마한다거나 유망한 출마자에게 충성을 표하여 선출자의 집단에 편승하려는 사람들도 눈에 띄게 많아진다. 외견상으로 명가라는 평판을 얻기 위해서 허세(虛勢)를 부리는 분들도 없지 않다. 그러나 그분들이 마음에 흡족하리만치 성공을 거두어 진정한 명가라고 자인할 시기에 도달할 수 있을까?

어쩌면 진정한 명가는 그렇게 되는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가족들이 스스로 올바른 가치관을 가지고 서로 공감하며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는 평범한 가정이야말로 진정한 명가라고 말할 수 있지 않을까?

그 기반은 바로 '말'이라고 생각된다. 가족 간에 상대방을 배려해주는 말이 자연스럽게 유통되는 세련된 가족의 언어문화야말로 명가의 첫째가는 조건일 것이다. 그런 가정은 살아가면서 일어날 수 있는 어떤 갈등과 권태와 아픔도 능히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그것이 사랑의 기반이요 우애의 출발점이 될 것이다.

가족 중에 높은 지위에 오른 사람이 있어도 가족 간의 언어소통이 원활하지 않으면 결코 행복한 가족이 될 수 없다. 역설적으로 평범한 가족들만 있어도 함께 있으면 따뜻하고 사랑스럽고 서로 깊은 이해가 흐르는 가정은 가히 명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지극히 쉬운 이야기지만 현실적으로는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그것은 성장기부터 보고 배우는 가정교육의 문제이다. 결혼으로 만나는 순간부터의 부부의 습관 문제이다. 정직하고 감각적인 언어를 원활하게 유통할 수 있는 가정은 정서적으로 결함이 존재하지 않는다.

긍정적이고 진취적이며 도덕적인 가운데 진정한 행복을 만들어낼 수 있는 능력은 '말'의 문화에서 출발한다. 그 같은 가정의 일원은 직장이나 사회에서도 분명 생산력이 높은 조직, 무상의 행복을 만들어주는 조작자가 될 것이다.

직장인을 뽑는 과정에서도 무엇보다 중요한 덕목으로 삼는다면 결코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확대해서 생각한다면 지역사회도 마찬가지다.

정서적으로 옳음과 어짊과 예의와 정의를 모르는 위험한 사람에게는 권좌를 맡겨서는 안 된다. 올해는 후덕한 언어가 만발하는 명가의 꽃을 피우면서 함께 발전하고 행복을 누리는 사회적 언어문화를 정착시키자고 제안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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