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홍성열 증평군수

지역일꾼이라는 첫 명함을 군민들께 받은 일이 엊그제 같은데 어느새 여섯 번째 새해를 맞았다. 필자가 살아온 삶을 단순히 숫자로만 표기한다면 올해로 62살이 되는 것이다. 우리 사회에서 환갑이 넘은 나이는 어른 대접을 받아도 되는 나이라고 생각한다. 그렇지만 어른 대접을 받고 싶지 않다. 필자의 나이는 이제 여섯 살이기 때문이다. 필자가 지역일꾼으로 부름을 받기 이전하고 그 이후의 삶은 단순히 한 해가 가서 한 살을 더 먹는 그런 물리적인 시간이 아니었다.

증평군수가 되기 전에는 평범한 삶을 살았다. 두 번의 군의원에 선출돼 집행부를 견제하고 민의를 수렴하는 역할도 있었지만 온전한 책임감은 없었기에 그런대로 편안하고 안락한 삶이었다. 그러나 군수로서의 부름을 받고부터는 가족보다 군민과 지역의 산천과 들, 역사와 문화 등 모든 것에 관심과 사랑을 가져야 했다. 그뿐만 아니라 우리 군민들의 삶이 보다 더 행복해질 수 있도록 지역 살림을 꾸려가야 하는 막중한 책임감 때문에 밤잠을 설치는 날이 수없이 많았다.

군수로 살아온 몇 년이 수십 년 살아온 시간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은 고뇌와 열정과 사랑을 가슴에 품고 치열하게 살아온 시간이었다. 그러니 지난 57년의 세월보다 6년의 시간이 훨씬 값지고 의미 있는 시간일 수밖에 없다.

병신년 새해의 첫날을 맞으며 여섯 살을 시작하며 '앞으로 더 잘하자'고 다짐하면서 새삼 우리 증평의 나이를 가늠해보게 된다. 증평이라는 지명이 생긴 지는 100여 년 밖에 안됐고 증평군이 탄생한 지는 13년밖에 되지 않았지만, 땅의 이름이 뭐 대수인가. 땅 이름은 사회 환경에 따라 수시로 바뀔 수도 있다. '우리 선조들이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이 땅에 뿌리를 내리고 지금까지 수많은 문화를 우리에게 남긴 시간은 얼마일까?' '증평의 문화와 역사는 어디에서부터 시작됐을까?'라는 생각을 수없이 해왔다. 그러던 중 우리 역사의 근원지라 할 수 있는 이성산에 있는 토성 발굴을 시작하면서 증평의 나이를 가늠할 실마리가 제공되었고 우리의 오랜 염원이었던 국가문화재로 지정까지 받게 되었다. 6차에 걸친 추성산성 발굴을 통해 1600여 년의 긴 세월이 흐른 증평의 역사가 이곳에서 시작됐음을 밝혀내게 될 유물과 유적이 다수 발견됐다. 이에 우리 군에서는 장차 귀중한 문화재 자원으로 정비하고 복원시켜 나감은 물론, 지역 주민의 자긍심을 고취시켜 지역발전에 매진해 나갈 생각이다.

충북도내 인구 증가율 1위, 지방자치경쟁력 전국 군 단위 3위, 지역 안전지수 전국 2위 등의 성과는 2015년 증평군이 보여준 저력으로써 이는 1600여 년 전 추성산성을 쌓으며 지역을 파수(把守)하려 했던 용맹스러운 선조들의 피가 우리에게 흐르고 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성을 쌓았던 지극한 정성과 흘렸던 피땀과 같이 끊임없이 노력하고 열정을 쏟아 붓는다면 우리는 어떤 어려움도 능히 헤쳐나갈 수 있을 것이며, 전국 최고의 살기 좋은 고장이 될 것이라는 확신 속에 병신년 새해 아침 큰 희망을 품어본다. 이제 겨우 여섯 살인 필자가 1600여 살의 어른이신 우리 증평의 품에 안겨 '자랑스러운 역사와 문화를 품은 증평군'을 더욱 빛나게 만들어야 할 사명이 주어졌기 때문이다.

병신년 새해 아침에 여섯 살을 맞는 나에게 '새로운 꿈을 품고 힘차게 나아가자'고 손가락 걸고 굳게 약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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