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순철 충북본사 정치부장
[데스크칼럼]

2016년 '병신년(丙申年)'의 해가 밝았다. '병신년'의 ‘병(丙)’이 상징하는 색상은 붉은 색이고, ‘신(申)’은 원숭이를 상징한다. '병신년'은 곧 '붉은 원숭이 해'다.

예로부터 붉은 색은 악귀를 쫓고 건강, 부귀영화 등을 의미하는 색깔로 여겨져왔다. 또 원숭이는 재주가 많고 영리한 동물이다보니 붉은 원숭이 해라는 의미처럼 올 한해는 그 어느 때보다 지혜로운 1년이 되지않을까 기대하게 된다.

과거 우리 역사에서 ‘병신년’에 일어난 일을 살펴보면 우선 고려 때인 936년에는 태조 왕건이 치열하게 대립하던 후삼국(후백제, 후고구려, 신라)을 통일하는 위업을 이뤘다. 또 역시 고려시절인 1236년에는 몽골군의 침략으로 불에 탄 팔만대장경 제작이 시작됐다. 조선의 국운이 다해가던 1896년엔 한반도를 둘러싼 열강의 각축이 심해지면서 고종이 러시아 공사관으로 거처를 옮긴 '아관파천(俄館播遷)'이 있었고 민중계몽단체로 시작해 근대적인 정치단체 및 근대적인 정당으로 발전한 ‘독립협회’도 설립됐다. 붉은 원숭이의 의미처럼 역사의 한 획을 긋는 변혁이 병신년에 있었음을 알 수 있다.

원숭이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영물’로 여긴다. 그 대표적인 예가 중국 '서유기'에 나오는 '손오공'이다. 명나라 오승은(吳承恩)이 쓴 서유기에서 주인공 손오공은 원숭이의 지혜를 대표한다. 손오공은 당(唐)나라 황제의 칙명을 받고 인도(서천)로 불전(佛典)을 구하러 가는 현장법사를 수행한다. 손오공은 구름을 타고 여의봉을 휘두르는 신통력을 소유하고 약자를 돕는 영웅으로 묘사된다. 우리나라에서도 애니메이션 '날아라 수퍼보드'로 각색돼 제작·방영되면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집트에서 원숭이는 창의력과 지성을 의미하는 동물이다. 지금까지도 고대 이집트의 벽화나 유물을 통해 원숭이와 관련된 물품이 전해지고 있다. 인도 역시 원숭이를 신성시 하는 나라로 인도의 신 ‘하누마트(Hanumat)’ 신화에 따르면 반은 사람이고 반은 원숭이인 하누마트는 변장술에 능하고 힘도 세서 불교의 라마왕을 잘 모신 대가로 불사의 능력을 받은 신으로 그려지고 있다.

찰스 다윈의 '진화론'이 지배하는 서양에서도 인간과 비슷한 외형과 높은 지능, 감정을 표현하는 원숭이과의 동물이 높은 관심과 연구의 대상이 되고 있다.

'혹성탈출' 등의 영화에선 핵전쟁으로 황폐해진 미래의 지구를 원숭이가 지배하는 세상으로 그려지기도 한다. 어릴적 즐겨봤던 '타잔' 영화에서는 실종된 타잔을 키운 것이 원숭이고 또 주인공 타잔을 따르는 충실한 원숭이 '치타'가 나온다. 이처럼 원숭이는 인간과 교감을 나누거나 사람을 돕는 조력자의 역할로 그려지는 등 우리와 친숙하면서도 특별한 존재의 동물이다.

열정의 붉은 색과 재주많고 지혜로운 원숭이가 더해진 한해인만큼 힘차고 활기넘치는 ‘병신년’이 되길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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