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갑도 전 충북도중앙도서관장
[시론]

요즈음 사회풍자 유머에 ‘당신은 어느 강산에 사십니까’라는 말이 있다. 부부생활을 풍자한 유머다. 서로 마음에 안 맞는 부부가 티격태격 하면서 살면 ‘칠흑강산’이요, 남자가 혼자 살면 ‘적막강산’, 여자가 혼자 살면 ‘만고강산’, 서로 마음에 맞는 부부가 행복하게 살면 ‘화려강산’이란다. 웃자고 한 소리겠지만 곰곰이 생각해 보면 참으로 그럴싸하게 살아가는 삶의 모습들을 단편적으로 풍자하고 있어 절로 웃음이 나온다. 물론 그러하지 않는 사람이 훨씬 더 많겠지만 말이다. 어쨌거나 웃음을 준다.

서로 마음에 안 맞아 티격태격 하면서 사는 부부의 모습은 대충 다음과 같이 유추해 볼 수 있으리라. 경제적인 문제, 배우자의 외도, 성격차이, 학대와 폭력 등으로 별거하거나 이혼 직전의 상태에서 자주 싸우면서 지옥 같이 살고 있는 부부들이 아닐까.

그렇게 아귀다툼하면서 살다가 부인이 먼저 죽고, 홀아비가 된 남자가 그래도 악착같이 싸우던 아내를 생각하면서 사는 모습은 적적하기 이를 데 없을 것이다. 청소도 하지 않고 옷도 자주 빨아 입지 않아 누추하기가 이를 데 없어, 오죽하면 옛 말에 홀아비 방에는 이가 서 말이라 했을까. 그야말로 ‘적막강산’이 아니겠는가.

그와 반대로 남편이 먼저 죽고 아내가 혼자되면, 그렇게 성가시게 굴던 남편의 잔소리도 안 듣게 되고, 시중도 들일 없고, 얽매이던 생활에서 해방돼 만사가 홀가분하고 자유로워지니 그야말로 ‘만고강산’이 틀림없으리라.

다음으로는 서로 마음에 맞는 부부가 행복하게 살면 ‘화려강산’이란다. 어떻게 서로 마음에 맞을까. 행복한 부부가 된다는 것은 서로의 차이점을 인정하고, 서로가 성장하도록 돕고, 삶의 하모니를 만들어 나가는 것이라고들 한다. 실패와 실수를 지적하는 것이 아니고 실패와 실수를 덮어주고, 부족한 파트(part)를 서로 메워 덮어 주면서 사는 것이라고 말이다.

그러나 우리의 실제 부부의 삶은 완전한 ‘칠흑강산’도 아니고, 완전한 ‘화려강산’도 아니라고 생각한다. 그 사이를 왔다 갔다 하면서 살고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기야 평생 부부싸움 한번 안하고 살고 있다는 사람이 있기는 하지만.

다만, 어느 강산에 더 오래 머물러 살고 있느냐의 차이가 아닐까 한다. 항상 부부가 금슬이 좋아 행복하게 산다면 완전한 ‘화려강산’일 테지만 말이다. 비록 지금은 ‘칠흑강산’에 살고 있더라도 행복한 부부생활의 기초가 되는 우호감 증진 법을 배우고, 갈등 상황에 대한 효과적인 대처기술을 배우는 노력을 부단히 기울인다면 ‘화려강산’으로 옮아갈 수도 있으리라 생각한다.

플라톤의 5가지 행복에서 보듯이 행복의 조건들은 완벽하고 만족할 만한 것들이 아니고 조금은 부족하고 모자란 상태이다. 재산이든, 외모든, 명예든 모자람이 없는 완벽한 상태에 있으면 바로 그것 때문에 근심과 불안과 긴장과 불행이 교차하는 생활을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래서 적당히 모자란 가운데 그 부족한 부분을 채우기 위해 노력하는 나날의 삶 속에 행복이 있다고 하지 않았는가. 우리 부부의 삶도 ‘화려강산’을 찾아가기 위해 부단히 노력하면서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 하고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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