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인문의 窓] 충북본사 편집국장

청·미·러·일에 차례로 빌붙어 나라를 팔아 부귀를 누린 매국노 이완용, 조선 세조 때 다섯 임금을 대상으로 '밀고'와 '아첨'을 떨면서 영화를 누린 간신배 유자광, 조선 중기에 인조반정을 일으킨 뒤 청나라에 국가기밀을 누설시키면서 출세가도를 달렸던 김자점. 이들은 모두 줏대 없는 변신을 통해 자기영달을 꾀했던 인물들이다.

본디 '태평성대'엔 배반이 없는 법이다. 혼란기나 격동기에 온다. 이완용, 유자광, 김자점 등도 그런 과도기에 득세한 인물들이다.

최근 새정치민주연합의 내분사태가 점입가경이다. 탈당파는 자신들의 손으로 선출한 문재인 대표의 사퇴를 촉구하며 새로운 창당을 서두르고 있는 무소속 안철수 의원이나 국민회의 창당에 나선 천정배 의원 쪽을 저울질하며 각자도생에 나서고 있다.

반면, 잔류파는 당명을 ‘더불어민주당’으로 정하고 표창원 전 경찰대 교수 등을 영입하며 조기 선대위 구성에 나서는 등 당의 균열을 막기 위해 몸부림치는 모양새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한솥밥을 먹으며 '100년 정당'을 만들겠다고 호언했던 인사들이라는 점에서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기고 있다. 떠나는 사람이나 남아 있는 사람 모두 '낮은 자세'로 국민을 받들겠다고 장담했던 사람들이다. 그들은 오늘도 또 다시 국민들을 섬기는 정치를 하겠다며 혹세무민하고 있다.

무엇보다 떠나는 이나 남아 있는 이들 모두 등을 돌리자마자 원수 대하듯 맞서는 것을 보면서 이들이 어떻게 한솥밥을 먹을 수 있었는지 궁금할 따름이다. 흔히 이 당 저 당 옮겨다니는 이들을 '철새'에 비유한다. 철새가 생존과 종족 번식을 위해 번식지와 월동지를 오가며 수만리 하늘 길을 날아다니는 데서 착안한 말이다. 선거 때만 되면 눈앞의 이익을 위해 평소의 정치적 소신을 내팽겨 치고 이 곳 저 곳을 기웃거리는 구태를 지칭하기도 한다. 그러나 새들은 안 좋은 모습을 보고 자기들을 빗대는 것을 반기지 않을 듯하다.

그렇다고 남아있는 떡이 더 커 보여 둥지만 지키는 '텃새'라고 해서 칭찬받을 일도 아니다. 현실에 안주하며 철새를 양산한 것도 어찌 보면 이 땅의 정치문화를 흠집내는 것은 매한가지이기 때문이다.

그동안에는 당의 그늘아래서 호가호위하다가 지금 와서 줄긋기에 나서는 것은 누워서 챔 뱉기다. 달면 삼키고 쓰면 뱉는 모습을 바라보는 국민들은 그저 황당할 뿐이다. 정치생명 연장에 급급한 자기변명에 지나지 않는다. 책임질 줄 모르고, 줄행랑치는 것은 '뺑소니 정치'의 극단이다. 그렇다고 그들에게 모든 책임을 전가하는 것은 책임정치를 희화화하고, 민의를 거스르는 정치적 패륜에 다름 아니다.

국민에게 희망을 주는 정치를 하겠다며 이리저리 표밭을 누비다가, 진지한 반성과 참회 없이 또다시 국민을 농단하려 든다면 국민을 두 번 죽이는 꼴이다. 선거 때마다 경제 회생, 선진 정치 구현, 지역구도 타파 등 근사한 포장지로 국민을 현혹하고, 당선되면 곧바로 자기 잘난 덕분이라고 호도하는 일부 정치인들의 행태에 신물을 느끼는 국민들이 적지 않다.

그런 의미에서 국회의원은 잘 뽑아야 한다. 그들이 제대로 의정활동을 했는지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민주주의의 본질을 파괴하는 것을 막고, 옥석을 제대로 가리지 못하는 '우(優)'를 범하지 않기 위해서다. 개미와 흰개미가 다르고, 사슴벌레와 장수하늘소가 다르듯, 더 나은 정치인을 골라내는 혜안이 필요하다. 내년 총선에서는 제발 투표를 끝낸 뒤 자신의 손가락을 원망하며 '수원수구(誰怨誰咎·누구를 원망하고 누구를 탓하는 일)' 하지 않기를 소망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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