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박희조 새누리당 대전시당 사무처장

'금수저·흙수저'는 '헬조선'과 함께 올 한해 젊은이들 사이에서 SNS를 통해 가장 많이 사용한 키워드일 것이다. 흙수저의 뜻을 인터넷 검색창에서 찾아보면 부모의 능력이나 형편이 넉넉지 못한 어려운 상황에 경제적인 도움을 전혀 못 받고 있는 자녀를 지칭하는 신조어라고 돼있다. 금수저·흙수저는 이 시대를 살아가는 청년들의 아픈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흙수저를 반려(伴侶)동물에게 그대로 적용하면 반려인의 경제적 능력이 좋지 않아 힘든 생활을 하는 동물이라고 하면 대강 맞을 것이다.

반려동물을 위한 장례식장, 호텔, 카페, 유치원, 다이어트 음식, 심지어 전용방송까지 등장해 젊은 세대뿐만 아니라 전 세대에 걸쳐 과거에 반려동물에 대한 지나치다 싶던 사랑이 이제는 더이상 낯선 풍경이 아니라 우리 일상생활 깊숙이 문화로 서서히 자리 잡고 있다. 독립, 이혼, 사별 등으로 1인 가족이 늘어나고 고령화 사회 추세에 맞게 반려동물 문화와 사회적 인식이 변화하고 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반려동물을 가족의 일원으로서 상호 감정을 교감하며 평생을 같이하는 단순한 존재를 넘어 선거의 표심을 좌우하는 주요 변수로서 인식하는 단계로까지 발전한 것이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동물 유기나 끔찍한 학대 사례가 종종 발생해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기도 한다. 대전시에 따르면 대전지역에서 2014년에만 3601마리의 동물이 버려진 것으로 집계됐다.

필자 가족은 몇 년전 어린 반려견을 가족으로 맞이했다. 가끔 말썽을 부려 미움을 사기도 하지만 사춘기 병을 앓고 있는 아들, 딸과 힘든 맞벌이 아내에게 반려견은 더없이 좋은 친구이자 동생, 아들로서 당당히 자리 잡고 있는 듯하다. 금수저·흙수저는 아니지만 또 하나의 가족으로서 존재감은 인정받고 있는 게 확실하다. 지금은 가족의 반려견 사랑이 지나쳐 가끔 침대 가운데를 그의 보금자리로 기꺼이 내어줄 정도이다.

앞서 여론조사에서 반려인 중에 반려동물이 사람처럼 희로애락 감정을 느끼는 존재라고 생각하는 비율이 무려 86%에 달해 반려동물에게도 희로애락 감정이 있음을 알 수 있다. 따라서 본격적인 반려동물 시대를 맞아 인간의 이기적 욕심으로 버려진 동물에 대한 관심과 더불어 동물 학대에 대한 사회적 인식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

또 다른 여론조사에서는 동물학대자에 대한 처벌 및 동물복지를 위한 법 규제 강화 등에 대해 국민 90% 이상이 찬성했으며, 동물보호를 위한 정책적 추진에도 불구하고 71.7%는 선진국에 비하여 국내의 동물보호 수준이 아직은 낮은 것으로 조사됐다.

정치권에서 제도적 측면에서 이에 대한 개선 노력이 있었다.

지난 4월 일부 국회의원과 동물보호 단체가 동물학대의 범위에 방치를 포함시키고 학대 받는 동물을 학대자인 소유주로부터 격리 조치하여 보호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의 동물보호법 개정안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현행 동물보호법은 방치로 인해 죽어가는 동물이 있다고 해도 소유권자가 있을 경우 임의로 강제 조치를 할 수 없으며 해당 동물이 죽어야만 처벌이 가능하기 때문에 정작 동물의 생명은 보호할 수가 없는 것이 문제로 지적되어 왔다고 한다. 사랑과 생명 존중의 대상으로서, 그리고 또 다른 가족의 일원으로서의 반려동물을 바라보는 우리의 노력이 어느 때 보다 필요한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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