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세평]장종태 대전 서구청장

연말이 되면 많은 사람들이 마치 상용구처럼 ‘다사다난했던 한 해를 보내며’라는 멘트로 인사말을 하는 것을 볼 수 있다. 하지만 가만히 돌이켜보면 단 한해도 다사다난하지 않았던 해는 없었다. 그만큼 우리의 삶은 늘 위험이나 위기에 노출되어 있다는 반증이 아닐까?

올해도 역시 다사다난한 사건들의 연속이었다. 지난달 파리에서 IS에 의해 동시다발적으로 발발한 테러를 비롯해 유럽과 중동, 미국 등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발생하는 테러에 전 세계는 경악을 했고, 이어진 서방국의 공습까지 겹쳐 지구는 불안과 공포에 휩싸였다. 설상가상으로 연말에는 저유가 사태와 미국의 금리인상 조치 등으로 세계 경제가 불황의 늪에 직면해 있다.

우리나라는 어떤가? 2월에 영종대교에서 발생한 106중 추돌사고로 많은 인명피해가 난 것을 비롯해 12월 서해대교 화재사고 등 크고 작은 사고가 끊이지 않았고, 어린이집 아동 폭행사건 등으로 사회적 공분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또 때 아닌 역사교과서 국정화 논란으로 여론이 들끓었고, 기업들의 긴축재정으로 대규모 감원과 청년실업의 차원을 넘어 20대 명퇴라는 짙은 그늘이 이어지고 있다.

하지만 올 한해 가장 기억에 남는 사건을 꼽는다면 많은 사람들이 메르스를 떠올릴 것이다. 어느 누구도 경험해 보지 않은 사상초유의 감염병 사태에 컨트롤타워 역할을 해야 할 중앙부터 우왕좌왕하며 초기대응에 실패했다. 총 186명이 감염됐고, 이중 38명이 숨졌다. 메르스의 영향으로 외국인 관광객이 감소했고, 내국인들도 외출을 자제하는 등 지난해 세월호 참사 때보다도 더 심각한 경제 피해를 남겼다.

필자 역시 주민과 함께 참여하는 행복드림 릴레이, 서구 균형발전 기본계획을 마련한 일, 기초자치단체 최초로 감사위원회를 출범시킨 일 등 성과와 보람이 있었던 일들도 기억에 남지만, 역시 가장 큰 기억은 메르스사태에 대한 것이다.

메르스 발생 초기인 5월 공교롭게 감염환자가 서구 내 종합병원으로 이송되면서 4곳의 병원에서 확진자가 발생했을 때 필자는 즉시 메르스 확산방지를 위한 컨트롤 타워를 설치하고 전 직원에게 비상근무를 지시했다.

그리고 살신성인의 노력으로 환자를 돌본 의료진과 자신의 일처럼 적극적으로 사태에 대처해준 직원들, 그리고 온갖 불편함을 감내한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 덕분에 40여일만에 위기를 극복해 낼 수 있었다. 당시는 답답하고 어려운 시간이었고, 우리에게 크나큰 고통과 상처를 남겼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어떤 어려움도 함께라면 헤쳐 나갈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게 했다.

세상 모든 생명체는 시련이 있어야 제대로 성장할 수 있다고 한다. ‘겨울의 추위가 심할수록 봄의 나뭇잎은 푸르다. 사람도 역경이 없으면 큰 인물이 될 수 없다’는 벤자민 프랭클린의 말을 빌리지 않더라도 동서양의 위대한 인물 중 어느 누구하나 고난을 이겨내지 않은 사람을 찾아 볼 수 없다.

지금은 비록 저성장의 어두운 터널이 우리의 앞에 놓여 있다. 하지만 우리는 어려운 시기일 때 서로 도와가며 역경을 헤쳐 나온 자랑스런 역사를 갖고 있다. 메르스사태를 국민 모두가 힘을 모아 이겨낸 것처럼 우리가 다시 한 번 용기를 내고 열정으로 도전한다면 잠자고 있던 저력을 깨워 다시 한번 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것이다.

이제 2015년도 며칠 남지 않았다. 독자 여러분 모두 행복한 크리스마스를 보내시기 바라고 올해를 시작하면서 결심했던 일들이 잘 이루어졌는지, 우리 주변에 힘들어 하는 이웃은 없는지 돌아보고 그들과 함께 서로 따뜻한 온기를 나누는 뜻 깊은 연말연시가 되시기를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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