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포럼]유병덕 충남도 복지보건국장

최근 버스에서 의식을 잃고 쓰러진 남성을 승객들과 기사가 힘을 모아 살렸다는 소식을 언론 보도를 통해 접했다. 병원까지 가기엔 너무 급박한 상황에서 심폐소생술 교육을 받았던 승객이 나서고, 버스기사와 다른 승객들이 힘을 보태 남성이 의식을 되찾았다고 한다. 승객과 버스기사가 골든타임을 지켜 귀중한 생명을 살린 것이다.

지난해 응급의료 통계 자료를 보면 우리나라 응급의료기관 도착 전 사망자수는 3만 6732명으로 나타났다. 응급의료기관이 적고 도서 지역이 많은 충남은 2495명으로 전국에서 세 번째로 높았다.

충남도는 이 같은 상황을 인식, 도서지역이나 산간오지 등 도내 어디에 살든지 골든타임 내 적절한 조치를 받지 못해 장애를 입거나 소중한 생명을 잃는 도민이 없도록 하기 위해 지역사회 응급의료 체계를 강화하고 있다.

우선 이달 중 응급의학전문 의료진이 탑승하여 출동하는'환자에게 날아가는 응급실'인 닥터헬기를 도입, 빠른 시일 내 운영할 계획이다.

닥터헬기는 기내에 각종 응급의료 장비를 갖추고, 출동 시 의사가 동승해 현장 도착 직후부터 권역외상센터 및 응급센터로 환자를 후송할 때까지 응급처치를 할 수 있는 첨단 응급의료 시스템이다. 닥터헬기는 도내 권역 외상 및 응급센터가 설치된 천안 단국대병원에 대기하다 응급환자 발생 즉시 출동하게 된다. 충남도는 닥터헬기가 본격 운영되면 농어촌과 도서지역에 대한 응급의료 서비스가 획기적으로 변화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두 번째로 심폐소생술을 통한 생존율을 높여가기 위한 사업을 추진 중이다. 심폐소생술을 통한 심정지 환자 생존율은 미국이 40.5%를 나타내고 있는 반면 한국은 15.8%에 불과하다. 충남은 안타깝게도 전국 최하위 수준을 보이고 있다. 사실 심정지 환자에 대한 병원에서의 치료는 선진국과 큰 차이가 없다. 그러나 결정적인 차이는 심정지 환자를 목격한 사람들의 심폐소생술 시술률에 있다. 선진국은 목격자 40%가 심폐소생술을 시행하지만 우리는 20%를 넘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사회적 구조를 변화시키고 선제적 대응능력을 갖춘 도민을 양성하기 위해 충남도는 광역 도에서는 처음으로 응급의료지원단을 운영하고 있다. 여기에 더해 사람이 사람을 살릴 수 있는 심폐소생술 사업을 더욱 확대할 계획이다.

셋째로 자동제세동기(AED) 설치를 지원하고 있다. 자동제세동기는 공공의료기관은 물론, 종합운동장, 역사 등 다중이용시설 616곳에 설치해 응급상황 시 활용토록 하고 있다.

넷째로 고등학생 심폐소생술 경연대회를 실시하고 있다. 도내 300여명의 학생에게 심폐소생술 교육 기회를 제공하고 학교 응급의료 교육 활성화와 응급의료의 생활화를 확산시키고 있다. 올해에는 286명의 학생이 참가해 기도폐쇄 응급처치 및 자동제세동기(AED)의 사용법 등 실질적인 심폐소생술을 배웠다. 응급환자 최초발견자로서의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대응 능력 향상에 중점을 두고 있다.

끝으로 응급실 시설과 인력, 장비 등의 실태를 점검해 응급의료서비스의 질을 향상시키는 방안도 마련 중이다.

전혀 예상치 못한 응급상황이 발생하면 누구든지 당황하고 두려워 어쩔 줄 모르게 된다. 평소 응급상황에 관한 간단한 상식을 숙지하고 있다면, 누군가의 가족, 친구, 이웃은 물론 내 가족의 소중한 생명까지 지킬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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