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강희권 국민건강보험공단 대전·세종·충청본부장

국민건강보험공단이 KT&G, 한국필립모리스, BAT코리아 등 담배회사를 상대로 537억원의 흡연피해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제기한 지도 600일 이상이 지났다. 그동안 담배의 유해성, 폐암 및 후두암과 흡연 간 인과성, 담배의 제조·판매 과정에서 담배회사의 불법행위 여부 등을 놓고, 공단과 담배회사의 변호인단이 치열한 법정 공방을 벌이고 있다. 18일은 그 6차 공판이 있는 날이다. 소송 초기에 담배회사들은 공단에 소송당사자 자격이 없다고 주장했다. 공단이 소송전에 뛰어들지 않기를 바랬기 때문이다.

이미 미국에서 주 정부가 담배회사들을 상대로 제기한 소송 결과 260조원의 합의금을 지불한 경험이 있기 때문에 우리나라에서도 공공기관이 당사자로 참여한 소송을 감당하기 어렵다고 생각할 것이다.

공단은 그동안 담배의 유해성을 입증할 충분한 자료를 준비해 왔다. 130만명을 대상으로 19년 간 추적 연구한 결과 흡연자의 암 발병률이 비흡연자의 최대 6.5배에 달하고, 2011년 흡연으로 인한 진료비가 1조 7000억원이나 들었음을 알게 됐다. 2012년 사망자 중 21.8%에 달하는 5만 8155명이 흡연으로 인한 질병으로 목숨을 잃었다는 통계청 자료도 흡연의 무서움을 뒷받침했다. 담배회사 측은 흡연과 폐암 간의 일반적 인과성은 인정하지만 폐암 환자의 '개별적' 인과성이 입증되는 것이 아니므로 공단이 입증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그러나 이는 사실상 흡연과 폐암 간의 인과성을 전면 부정한다는 뜻이다.

흡연과 폐암의 인과성은 1930년대 폐암과 흡연의 관련성 문제가 제기된 이래 수많은 연구에서 입증됐으며, 세계보건기구와 미국 등 주요 국가도 공식적인 보고서를 통해 담배가 폐암의 원인이라고 명시하고 있다. 담배회사에겐 의학·과학적으로 명백히 밝혀진 사실을 부정할 근거가 없다. 반면 공단은 하루 한갑씩 20년 이상 흡연한 폐암 환자 3484명의 의료정보를 분석해 담배회사의 주장을 반박했다. 인과관계 논쟁에 종지부를 찍은 것이다.

이제는 담배회사들의 위법행위 여부에 대해 입증해 나갈 때다. 표면적으로는 현행법을 어기지 않은 듯 보이지만 공단은 법에 정해지지 않은 행위가 있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예를 들어 설탕·코코아·암모니아 같은 첨가물을 이용해 니코틴 중독성을 높이거나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한 판촉을 계획하는 등의 행위다. 이 부분은 소송 과정에서 차차 밝혀나갈 것이다. 이미 제보도 들어오는 걸로 알고 있다.

내부고발자의 양심 고백도 기대하고 있다. 미국의 담배소송 배상 합의는 주 정부의 개입을 시작으로 내부고발자들의 증언이 이어진 결과였다. 중독성을 극대화하기 위한 각종 첨가물 연구와 비윤리적인 실험, 청소년과 여성에 대한 판촉계획 등 충격적인 실상이 공개되면서 금연 여론이 확산된 것이다. 이번 소송의 피고 중 일부가 미국에서 저지른 일이기도 하다.

중요한 것은 담배의 진실이다.

우리는 소송을 통해 담배의 해로움과 흡연의 사회적 비용을 실감하게 될 것이다. 또 담배회사들이 어떤 방식으로 흡연을 유도하고 담배의 중독성을 높이는지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내부고발자가 당당하게 자기 양심에 따를 수 있는 사회 분위기를 조성하려면 담배회사에게 보다 합당한 책임을 요구하려면, 여러분이 이 담배소송을 지지해 주셔야 한다.

그래야 국민이 승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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