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포럼] 맹정호 충남도의회(서산1) 의원

서산 예천지구에 서남초가 신설될 예정이었다. 주민들은 모두 그렇게 알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서남초가 신설되지 않을 수도 있다는 말들이 퍼져나갔다. 학교가 신설될 것으로 예상으로 아파트를 분양받아 입주한 사람들은 큰 혼란에 빠졌다. 서남초가 신설될 인근에 있는 예천초의 학부모들도 큰 걱정이 생겼다. 서남초로 입학할 학생들이 예천초로 오면, 예천초에 다니는 자녀들을 또 다른 인근인 서산초로 보낼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이 엄습해왔다.

서산은 충남에서 천안, 아산, 당진과 더불어 인구가 증가하고 있는 도시다. 매년 2000여 명의 인구가 늘고 있으며, 특히 서남초가 예정된 예천지구는 서산의 신흥도시라 할 수 있다.

주민들의 상식으로 보면 당연 서남초는 신설되어야 한다. 그러나 어찌된 일인지 교육부의 중앙투자심의위원회에서 두 번에 걸쳐 부결됐다. 첫 번째 부결 사유는 개교시기를 조정하라는 것이었다. 당초 2017년 개교 예정을 2018년 개교계획으로 두 번째 심의에 상정했으나 이번에는 학군을 조정하라는 이유로 다시 부결됐다.

당혹스럽지 않을 수 없었다. 시험을 봤는데, 이러저런 이유로 틀렸다하여 다시 그 부분을 열심히 공부해 시험을 봤는데 다른 이유를 들어 오답으로 처리한 것과 같은 일이다. 이 학생은 어느 기준에 맞춰 시험공부를 해야 하나? 매 시험마다 정답이 다르다면 그 시험 문제에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 의심하게 된다. 그렇게 된다면 교육행정에 대한 신뢰는 크게 떨어질 것이다.

정부의 재정이 어렵다. 교육재정은 더 어렵다. 지방의 교육재정은 더 더 어렵다. 재정이 어렵다보니 정부에서는 재정다이어트를 실시하고 있다. 곳간이 비어 가면 밥그릇을 줄일 수밖에 없다. 충분히 이해한다. 그러나 가난하고 배고팠던 우리 부모세대들은 그 가난과 배고픔을 극복하기 위해 다른 것을 줄이고 줄여 자식들을 학교에 보냈다. 정부의 재정이 어렵다고 교육재정에 쉽게 손을 댄다면 우리 대한민국의 미래는 밝지 않을 것이다.

서남초는 반드시 신설돼야 한다. 그 이유는 수도 없이 많다. 그러나 그 중에서 제일 큰 이유는 교육행정에 대한 신뢰다. 지역주민들이 생각할 때 충남교육청도 정부요, 교육부도 정부다. 충남교육청의 학교신설 계획을 교육부의 계획이라고 판단하는 것이 잘못된 판단일까?

아니다. 교육재정의 어려움을 들어 학교신설을 억제하는 것이 교육부의 방침인 것으로 알고 있으나, 한 번 무너진 교육행정에 대한 신뢰는 억만금의 돈으로도 회복하기 힘들다. 정부가 신뢰를 회복하는 것이 재정을 아끼는 일일 것이다.

중앙투자심의원님들에게 간곡하게 호소드린다. 서남초를 지어만 달라. 우리 지역 주민들이 명품학교로 만들어 가겠다. 학생들이 행복한 학교로 만들겠다. 돈의 논리가 아닌 교육의 논리로 서남초를 바라봐 주시기 바란다. 지금 주민들의 마음은 간절하다. 간절하기에 서남초에 대한 애정은 그 어느 학교보다 크다. 중앙투자심의위원들의 현명하신 판단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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