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데이포럼]김인식 대전시의회 의장

2015년이 저물어간다. 꼭 보름 남았다. 이맘때쯤 꼭 해야 할 일이 '나를 돌아보기'다. 살아온 조각들을 모아보면 내가 보이고 그게 바로 '나'이기 때문이다. 이렇게 돌아보는 생각의 시간을 꼭 가져야 잘못한 일은 인정하고 반성해서 고치고, 잘한 일은 그 결과를 두고 더 좋은 것으로 이어갈 수 있다.

바둑을 둬본 분들은 복기를 생각하면 금세 이해가 될 것이다. '승리한 대국의 복기는 이기는 습관을, 실패한 대국의 복기는 이기는 준비를 만들어준다'고 했다. 이 과정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다르게 생각하기'다. 가끔은 돌아보기 싫을 때가 있다. 힘들었단 뜻이다.

내 맘의 평화를 흔들 권리를 스스로 남에게 내어준 결과이자, 자신의 내적성장에 관심을 덜 기울인 결과이기 때문이다. 바둑기사 조훈현 9단은 말한다. '결국은 생각이다. 인생이 좋은 날만 이어지지는 않는다. 산다는 것 자체가 고통이다. 하지만 문제는 꼭 해결된다. 그 때까지 붙들고 늘어질 근성만 있으면 된다. 이 근성이 바로 생각이다'

또 시작은 기본을 다지는 것이지만 일단 기본기가 다져지면 그 다음부터는 망아지가 되라고 한다. 기본이라는 틀 안에 갇히면 상대방에게 읽히는 뻔한 수만 놓기 때문에, 막강한 힘을 가지려면 무엇보다 '다르게 생각'해야 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변화와 혁명은 생각을 하고, 문제의식을 가지고, 싸울 힘을 기른 후 마침내 도전해서 이기는 것이라고 했다. 당연히 출발은 ‘다르게 생각하기’다.

필자는 특히 '다르게 생각하기'는 지도자의 필수 덕목이며, 세계 경제를 이끄는 CEO 대부분이 '다르게 생각하기'의 고수라 생각한다. 그동안 세상을 바꾼 물건들은 다르게 보고 다르게 생각한 이들에 의해 나왔고, 이 덕분으로 수많은 사람들이 일자리를 얻어 가족을 부양하고 아이들을 키울 수 있었다. 지난 1년 반 의회를 이끈 내 모습은 어땠을까? 아프고 힘든 때도, 작지만 시민에게 도움이 되었다는 보람찬 때도 있었다. 못한다는 질책의 시간도, 잘한다는 칭찬의 시간도 있었다.

‘고수의 생각법’에서 조 9단은 말한다. '어떤 감정도 스스로를 잡아먹어서는 안 된다. 기쁨도 슬픔과 분노도 아무 감정 없이 바라봐야 한다. 이겼다고 우쭐해하면 지는 것을 견디지 못한다. 이기기 위해서는 수천번의 지는 경험을 쌓아야 하므로 일상의 경험으로 덤덤하게 바라봐야 한다' 힘든 시간이 나를 더 단단하게 만들고 좋은 일은 시민들 덕분이라 생각하니 어떤 일에건 평정심을 유지할 수 있게 됐다. 그리고 권리와 의무를 어떻게 사용해야 더 성장하는 의회를 만들어 나갈 수 있는가에 대해 다른 생각도 가질 수 있었다. 또 7대 의회 개원부터 이야기한 특권을 내려놓고 시민, 특히 사회적 약자와 동행하겠다는 약속은 얼마나 지켰을까? 이건 시민들께서 판단해 주시리라 생각한다.

올해가 보름 남았듯, 의장 임기도 6개월 남았다. 그동안 1년 반을 이어온 이 글도 오늘로 마지막이다. 남은 시간 더 단단하고 바른 생각으로 나만의 영토를 넓혀갈 생각이다. 물론 다르게 보고 다르게 생각하며, 더욱 더 시민과 동행하는 열린 의정을 펼칠 것이다.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도 잠시 돌아보고 다르게 생각해 보시길 권한다. 그리고 끝으로 긴 시간 지면을 통해 시민과 만날 수 있는 행운을 선물해주신 충청투데이에 감사하며, 시민 모두의 가정에 복된 새해가 깃들길 소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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