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이관동 청주시 도서관평생학습본부장

며칠 전 귀한 선물을 하나 받았다. 청주시립도서관과 청주교도소가 수용자들의 성공적인 사회 복귀를 돕고자 업무 협약을 체결하고, 그 동안 수용자들을 대상으로 다양한 독서 지원을 해 왔는데 교도소 측에서 문집을 만들었다며 보내 준 것이다. 제목은 '소중동(昭衆洞)'-'밝은 무리가 모여 만든 이야기'라는 부제가 달려있다. 문집을 만든 이들이 영어(囹圄)의 몸이다 보니 저자의 이름은 모두 별칭으로 실었지만 글 속에 담긴 진정성만은 뜨겁다.

서문을 쓴 '달마'라 지칭한 이는 난생 처음 접해보는 독서모임이 혼란스러웠지만, 수요일마다 모여 앉아 인상 깊었던 구절을 소개하거나 자유롭게 이야기하되 서로의 생각이 다르다고 반박하지 않았다. 일상에 대한 소소한 고민을 토로하기까지 꽤 오래 낯선 시간을 보냈다고 한다.

유난히 한 구절이 눈에 들어왔다. "나이 든 사람은 귀가 열리면서 이른바 꼰대가 될 가능성이 사라지고, 젊은 사람은 대국적 시야가 열리면서 편협한 사고를 버려 생각이 넉넉해진다"라고 적었다. 미화하지 않고 솔직한 표현이 참 재밌다. 그러고 보니 가정의학과 전문의 박민수 원장이 조언한 이야기가 떠올랐다.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의 책을 골라 1주일에 세시간 이상 읽으라'고 했는데, 이렇게 좋아하는 책을 읽는 것이 엔도르핀과 세로토닌 분비를 활성화시키는 호르몬 훈련법이라고 한다. 스트레스를 조절하고 평상심을 유지해 가장 평온한 심신의 상태에 이르는 데 효과가 큰 엔도르핀과 세로토닌의 분비를 활성화시키는 데 독서만큼 좋은 게 없다는 얘기다. 그러니 수용자들에게 독서만한 에너지원도 없을 것이라 생각이 든다. 필자 또한 공직생활 37년 동안 이런 경험은 처음이다 보니 무척이나 신선하게 다가왔다. 어떤 민원부서보다도 서비스 수요자의 반응이 즉각적이니 현장에서 노력한 보람을 바로바로 느낄 수 있어서 그 어느 때보다도 일하는 것이 즐겁다. 입동이 지났지도 벌써 한달이 넘었다. 예부터 우리 조상들은 입동이 지나면 슬슬 겨울 맞을 준비를 시작하는데, 김장을 비롯해 무말랭이와 시래기 말리기, 곶감 만들기, 땔감으로 쓸 장작 패기, 창문 바르기 따위의 일들로 몹시 바삐 보냈다. 이렇듯 우리네 겨울 채비와 마찬가지로 우리 도서관에서도 올 한 해를 마무리하고 내년을 준비하느라 바쁘다.

2016년도 작은도서관 지원을 위해 관내 119개소 작은도서관 현장을 직접 찾아가 무엇이 필요한지, 또 무엇이 부족한지 꼼꼼히 챙겨본다. 우리 시민들의 독서력을 키워 줄 내년도 공모사업을 빠뜨리지 않고 챙기기 위해 이곳 저곳에서 정보를 얻고, 보다 참신한 내용으로 시민참여를 높이기 위해 행사의 다양성을 고민하고 있다.

또한 요즘은 도서관 서비스도 계층별 눈높이에 맞추다 보니 그들의 요구 사항이 무언인지가 관건이다. 그래서 계층별 이용자들의 의견사항을 세심하게 듣고 익년의 서비스가 더욱 알차질 수 있도록 이용자와의 만남 자리도 준비한다. 그리고 곳곳에 새로이 건립하고 있는 도서관들이 긴 겨울의 혹독함을 잘 견뎌내고 다가오는 봄에 우리 시민들과 반갑게 만날 수 있도록 각별한 안전대책은 물론, 마무리 공사에도 공을 들이고 있다. 그래서일까! 정석수 시인의 '대추 한 알'이라는 시가 떠오르는 시기이다. '대추가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천둥 몇 개, 벼락 몇 개.'

시인의 말처럼 하다못해 대추 한 알도 저절로 익지 않는다. 그런데 하물며 사람의 일이야. 풍요로울 내년을 위해 많은 걸 준비해야 하는 연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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