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마당]조원오 원불교 충북교구장

금융 채무를 갚지 않고 있는 신용불량자의 증가와 함께 사회적 약자인 금융 소외자의 숫자가 점차 늘어남에 따라 신용사회의 기반이 흔들리고 있다. 신용 관리에 대한 인식 부족과 그에 따른 폐해(弊害)를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는 사회적 분위기도 한몫하고 있다.

신용 불량자가 급증하는 것은 무분별한 카드발급과 대출, 당국의 감독소홀에 그 원인이 있다. 신용은 그 값을 헤아릴 수 없는 무형의 자산이다. 개인 뿐 아니라, 신뢰 자산이 부족한 나라는 글로벌 시대를 향도할 수 없다.

최근 통계에 의하면 우리나라 사람 가운데 다른 사람을 믿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은 10사람 가운데 2명에 불과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길에서 만난 사람, 또는 일터에서 만나는 사람이 자기를 해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이는 가볍게 지나칠 일이 아니다. 신용 불량자 400만 시대에 이어 남을 믿지 못하는 상호 불신의 시대에 살고 있는 것이다. 신용사회는 개인의 행복과 나라의 발전에 직결되는 일이기 때문에 소홀히 할 수 없다.

신용불량자의 증가와 함께 눈덩이처럼 불어난 가계 빚 때문에 서민들의 생계가 크게 위협받고 있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올해 3분기 말 가계 신용규모는 1166조원으로 전분기보다 34조 5000억원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계 빚이 증가한 주요 원인은 저금리 영향으로 주택담보 대출이 증가하고 정부의 소비활성화 대책 등으로 신용카드 사용액이 크게 늘었기 때문이다.

가계부채의 증가는 결국 소비를 위축시킬 뿐 아니라 경제의 악순환을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반드시 극복해야 할 당면한 과제라 할 수 있다.

원불교 소태산 대종사님은 '신용은 곧 돈을 버는 방식이 된다'고 하셨다. "세상 사람들은 공부하는 것이 돈 버는 것과는 아무 관계가 없는 줄로 알고 돈이 없으니 공부를 못한다 하여 돈을 벌자니 예회(例會)에 못 간다고 한다"하시고 "그 사람이 예회에 나와서 모든 법을 배우는 동시에 하라는 일과 말라는 일을 다만 몇 가지만 실행할지라도 공연히 허비하던 돈이 밖으로 새어 나가지 아니하고 근검과 신용으로 얻는 재산이 안에서 불어날 것이니, 이것이 곧 돈을 버는 방식이니라"하셨다. (대종경 수행품 8장)

부지런함과 신용이 무형의 자산이 된다. 신용을 잃으면 정상적인 삶을 살기 어렵다. 신용사회로 가기 위해서는 양보와 남을 위한 배려가 필요하다.

세상을 잘 사는 법, 세상을 변화시키는 힘이 결국 신용을 잘 지키는데 있음을 알아야 한다. 신용은 그 사람을 바라보는 평가의 척도(尺度)이기 때문이다.

잘사는 대한민국, 우리가 주인공이 돼야 한다. 새 마음, 새 생활로 글로벌 시대, 신용사회의 주인공으로 거듭나야 한다.

신용사회로 가는 길, 그 끝에 행복이 있다. 신용불량자와 가계부채의 증가를 막기 위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 멀고 힘들어도 신용사회로 가는 힘찬 발걸음을 멈춰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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