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마당]김진용 대전서부교육지원청교육장

신은 고통을 통해서 인간을 사랑한다는 말이 있다. 이를 두고 정호승 시인은 그의 산문집 ‘우리가 어느 별에서’의 한 구절을 통해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자연 상태에서 사는 금붕어는 1만여 개의 알을 낳고, 어항 속에 사는 금붕어는 3~4000개의 알밖에 낳지 못한다. 왜 그럴까? 그것은 바로 어항이 고통이라는 자연법칙의 진리를 제공하지 않기 때문이다. 만일 고통이라는 밥과 상처라는 국을 먹지 못한다면 나는 가을날 서리 맞은 들풀처럼 시들어 버리고 말 것이다."

산아 제한을 외치던 시대가 엊그제 같은데 요즘은 아이를 너무 낳지 않아 걱정이란다.

앞으로 몇 십 년만 지나면 노동할 인구가 없어서 우리나라의 미래가 어둡다는 보도가 여기저기서 보인다. 세상의 이치가 희소한 것에 가치를 부여하듯이, 요즘처럼 하나둘만 낳는 시대에 부모들이 아이들을 여간 소중히 여기는 게 아니다. 아이들 모두가 왕자요, 공주인 시대이다.

부모들의 사랑이 과하다 못해 지나쳐서, 요즘은 선생님이 교실에서 가벼운 훈계라도 했다 치면 학부모들이 학교로 달려와 항의하기 일쑤다. 왜 내 자식을 함부로 대했느냐며 항의하는 것은 다반사요, 교실에서 수업하는 교사를 폭행하는 일 또한 빈번히 벌어지니 교권을 보호하는 것이 어려운 상황이다.

교사가 위축된 상황에서 아이들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질 리 만무하다. 교육의 목적이 아이의 잠재성을 드러내는 데 있음에도 불구하고, 요즘 아이들의 잠재성을 찾고자 하는 노력을 어렵게 하는 것들이 있다. 이러한 것들 중 가장 심각한 것이 우리 아이들이 실패와 좌절 즉, 고통을 경험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부모들은 더 이상 아이들이 실패하여 고통을 겪는 꼴을 보지 못한다.

아이들이 실패하고 좌절을 맛보아야 하는 지점에서 신(神)처럼 자리 잡고 있다가 아이들을 모두 건저내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아이들은 자신의 장단점을 파악할 시간도 없이 상급 학교 진학이라는 입시의 문턱에 서게 된다. 자신의 잠재성과 관계없이 근 20년을 학교에서 교육받은 아이들이 과연 성인이 되어서 행복할까?

인간은 자기 스스로의 잠재성을 모두 실현했을 때 행복을 경험한다. 우리 아이들이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자신의 잠재성을 파악하기 위해 수많은 도전을 감행해야 하고, 그 도전 속에서 수많은 실패와 좌절을 맛보아야 한다. 그리고 그 실패와 좌절의 시간 속에서 자신의 잠재성에 대한 깨달음을 얻어야 한다. 제발 우리 아리들이 실패하도록 그냥 두었으면 좋겠다. 우리는 그 아이들을 다시 일으켜 세워 새로운 도전을 하도록 격려할 것이다. 실패를 경험하는 고통의 시간이 없다면 성공은 없는 것이다.

어느 기업인은 “수천만 원짜리 잘 생긴 소나무를 심어도 그 소나무가 진정한 멋을 갖추고 정원의 운치를 내려면 최소한 7년에서 10년은 기다려야 한다. 뿌리 내리고, 새순이 나고, 그 밑에 있는 바위에 이끼가 앉으려면 최소 이 정도의 시간은 걸린다. 그러니 무슨 일이든 장기적인 계획을 세우고 추진해라. 돈으로 시간의 무게를 사려는 어리석은 짓은 하지 마라”라고 경고하고 있다.

하물며 사람 교육에 대해서는 말해 무엇 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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