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에 뒤틀린 천안시의장
주명식 의장 “브리핑실 모여 기사 담합”… 市 “의회소유물 아니다” 당혹
언론적대 의원들 시민적 합의없이 작전하듯 밀어부쳐 … 의회내부 반발

주명식 천안시의회 의장이 시청 브리핑실을 없앤다고 팔소매를 걷어부쳤다.

주 의장은 최근 의원들을 개별적으로 접촉해 시청 8층 브리핑실을 없애는 조례발의안에 서명해줄 것을 종용했다.

이 조례안 발의에는 주 의장과 전종한·주일원 의원 등 몇몇 중진의원들이 서명을 주도했고, 21명의원중 10명 안팎의 의원들이 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동조의원 중 대부분은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초선의원들이다. 새민련 소속의원 중에도 김영수 황천순 김선태 황기승 등 4명의 의원은 서명을 하지않았다. 서명의원 중에도 한 두명의 의원들은 철회를 고민하고있다.

서명에 반대한 한 의원은 “브리핑실은 시청내에 있지만 시민과 사회적 약자들이 세상과 소통의 기능을 하는 곳이기도 하다. 이런 곳의 존폐여부를 진행하면서 시민적 합의나 의회 공론화 작업이 전혀 없었다”며 “언론에 불만인 몇몇 의원들이 선동해 벌이는 위험한 발상에 동의할 수 없었다”고 말했다.

주 의장은 조례안 발의를 추진하면서 “브리핑실을 폐쇄해 정보독점을 막고 언론의 투명성을 제고한다”는 이유를 들고있다.

하지만, 속내는 언론에 적대적인 일부의원들을 부추겨 언론을 통제하겠다는 의도가 숨어있다는 것이 의회내부의 분석이다. 내년 7월 후반기 의장선거를 노린 의회 특정세력이 의원들의 사전 성향파악을 위한 전략적 포석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서명 주도의원들은 공교롭게도 그동안 언론보도에 유난히 불만 표출이 많았던 의원들이다. 때문에 이 조례안은 언론에 불신을 품고있는 이들이 공론을 생략한채 밀실논의로 급조했다는 점에서 과거 독재정권의 언론관을 답습하고있다는 비판을 사고 있다.

이런 이유로 의회내부에서조차 여야를 막론한 절반이 넘는 의원들로부터 강한 반발에 부딪치고 있는것이다.

이미 이들의원은 천안시장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올해초 사상 유례없는 시정홍보위원회 조례를 만들어 언론사 광고배정에 일일이 간섭하고 브리핑실의 기사송고 부스를 없앴다. 언론사에 대한 홍보예산과 신문구독예산을 삭감하는 조처를 단행하기도 했다. 문제는 이들의 일련의 대언론 조처는 모두 시장의 고유권한을 침해하는 월권행위라는 점이다.

그렇다면 왜 이들은 의회내부에서조차 공감을 얻지못하는 시대착오적 행보를 강행하고 있는 것일까. 뒤돌아보면, 7대의회는 출범 1년 4개월여동안 바람 잘 날이 없었다. 일부의원의 언론과 공직사회를 향한 노골적인 경시발언은 애교로 치부할 수 있다.

'A의원의 민원인에 대한 예산삭감 협박성 발언'을 필두로 '같은 A의원의 봉서산 호텔건립 특혜조례안 발의 무산’, 'B의원의 뇌물 수수혐의 검찰수사'(재판중), 'C의원의 LED CCTV 공사 특혜의혹'(검찰수사중), 'C의원의 시립무용단 중국 민간행사 동원파문', 'D의원의 술집행패 물의', 'E의원의 뇌물공여로 의원직 상실' ‘캐나다 연수중 호텔내 흡연 망신살'에 이르기까지 참으로 다사다난했다. 차마 지면으로 옮기기 힘든 일부의원의 과거 얼룩진 추문과 부도덕성까지 포함하면 낯이 뜨거울 정도다.

언론에 대한 이들의 '어깃장'은 일부의원들의 권위적이고 독선적인 행태와 시민이 부여해준 권력을 자신의 사익에 악용하려는 움직임들이 언론에 의해 알려지면서 비롯됐다. 이들의 부적절한 처신들은 소리없이 성실하게 의정에 매진하고 있는 동료의원들의 숨은 노력까지 묻혀버리게 했다.

시민의 알권리를 위해 필요하다면 어떤 식으로든 브리핑실 제도의 개편을 논의할 수도 있다. 실제로 참여정부이후 과거 기자실의 폐해를 개선하기위해 제도개선이 꾸준히 이뤄져 왔다.

천안시청도 이미 2005년 도내에선 처음으로 기자실을 모든 출입기자에 전면 개방된 브리핑실로 전환했다. 최근에는 기사송고 부스까지 철거를 했다. 때문에 최근 몇몇의원 주도로 진행하고 있는 브리핑 폐쇄는 뭔가 큰 착각을 했거나 아니면 어떤 다른 의도를 품은 데서 비롯된 것이라는 지적이다.

이들은 착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브리핑실은 결코 언론사 편의를 위해 설치된 공간이 아니기 때문이다. 브리핑실은 시민의 알권리 충족 차원에서 취재활동을 지원하기 위해 마련된 곳이다. 힘없는 사회적 약자들이 세상에 억울함을 호소할 수 있는 최소한의 소통창구이기도 하다. 바꿔 말하면 브리핑실은 '시민을 위한 서비스'이지 '언론사를 위한 서비스'가 아니라는 것이다.

우리나라의 정치 경제 사회구조는 선진국가와 비교해 아직 거리가 있다. 그만큼 기관의 영향력이 세고 그래서 언론의 감시와 견제가 더욱 필요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공기관의 정보공개 의지와 시스템은 빈약하기 짝이 없는게 현실이다.

기관이 알리고 싶은 내용이야 인터넷 등을 통해 적극적으로 홍보하겠지만 감추고 싶은 내용은 영원히 진실이 묻힐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브리핑실을 폐쇄한다고 해서 언론사가 특별히 힘들어지거나 곤란해지는 일이 생기진 않는다. 오히려 수적우위에 있는 메이저언론의 정보독점이 심화되고 시민의 알권리만 후퇴할 뿐이다. 브리핑실 폐쇄를 주도하는 의원들이 생각하는 언론관은 무엇인가? 언론이 사라진 세상인가?

천안=전종규 기자 jjg2806@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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