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세평]장종태 대전 서구청장

‘학이시습지 불역열호(學而時習之 不亦說呼·배우고 때때로 익히면 기쁘지 아니한가.’

2500년이라는 시공을 넘어 세계인의 스승으로 존경받는 공자의 대표적인 가르침인 논어는 바로 이 문장으로 시작한다. 배우고 익히면서 깨닫고 사유하는 것은 오직 인간만이 누릴 수 있는 즐거움 중 하나다. 인간을 지칭하는 다양한 말 중에 호모 에루디티오(Homo Eruditio)라는 말이 있다. 배우는 사람, 자기 스스로 익히는 사람, 배우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는 뜻으로 로마의 사상가 키케로는 로마인들이 모두 에루디티오가 되면 로마의 문명은 영원할 것이라고 언급했다고 한다.

70~80년대, 출세를 지향하던 시대에 공부는 즐거움의 대상이 아니라 삶의 전쟁터에서의 무기일 뿐이었다. 식민지배와 한국전쟁을 겪으며 피폐해 질대로 피폐해져 끼니 걱정을 해야 하는 국민에게 ‘배움의 즐거움’ 운운하는 것은 현실과는 너무 먼 이야기였을 것이다.

우리는 공부를 취업이나 진학, 더 나은 돈벌이를 위한 수단으로 활용하면서 그 즐거움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고 공부 그 자체가 유희라는 사실을 오랜 시간동안 잊고 살아왔다. 그렇게 열심히 달려온 덕분에 우리나라는 인구, 경제, 문화 등 어떠한 부분을 보아도 세계 수준권으로 인정받게 됐지만 이제는 더 이상 선진국의 발자취만 쫓아 열심히 달리기만 하면 되던 시대는 막을 내렸다. 남들이 가보지 않았던 새로운 길을 가고, 방향을 제시해야하는 위치에 서게 됐다. 그러기 위해서는 국가 전체적인 지적수준이 높아져야 할 시기, 다시 말해 모든 국민이 ‘배우는 사람’이 돼야 할 시기가 된 것이다.

평생교육이라는 개념은 1960년대 후반 유네스코에서 소개되고 보급된 용어다. 우리나라에서는 ‘국가는 평생교육을 진흥하여야 한다’는 내용으로 1980년 제5공화국 헌법에 등장했다.

그리고 1985년 파리에서 열린 제4차 유네스코 국제성인교육대회에서 ‘읽고 쓸 권리’, ‘탐구하고 분석할 권리’ 등을 담은 ‘학습권’을 선언했다. 이제 배울 권리는 기본권적 인권에 준하는 권리로 인정받고 있어 이제 더 이상 학습의 영역이 그 동안 우리가 알고 있던 정규교과과정에만 의지하고 국한시킬 수 없는 시대가 되었다.

필자가 있는 서구도 주민들에게 평생학습의 욕구를 충족시키고자 그 동안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다. 13년째 국내유수의 석학 및 저명인사를 초청해 자치대학을 운영하고 있으며, 2013년에는 교육부로부터 평생학습도시로 인정받아 매년 260여개의 다양한 평생학습 기관과의 네트워크 구축해 서구문화원, 관저문예회관, 도서관 등에서 3000여개의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그리고 최근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주민들의 욕구에 부응해 한 단계 더 나은 학습권 제공을 위해 2016년부터 평생학습관을 신설해 운영키로 했다. 평생학습관이 신설되면 주민들에게 더욱 저렴한 비용으로 학습서비스를 제공하고, 산재돼 있는 민간평생학습기관에 대한 컨설팅 및 정보제공 등 컨트롤타워 기능을 한다. 지역 평생교육의 허브 역할을 담당해 경제적 능력에 의해 차별받지 않는 보편적 학습권을 실현할 수 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평생학습 조례안이 구 의회에서 처리되지 않고 있다. 기본권적 인권에 준하는 학습권은 결코 정치적 흥정의 대상이 될 수는 없다. 주민에 의해서 선출된 이상 집행부와 의회는 주민을 위해 일하는 동반자다. 견제와 균형, 건강한 긴장 관계가 필요하지만 주민을 위한 일에는 힘을 합쳐야 하는 것이 상식이다.

더 이상 주민들을 위한 공익이 정치적 이해관계의 제물이 되는 슬픈 일은 일어나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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