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의 재발견16 부사동 부용로 고양이골목]
길고양이 많기로 유명했던 부사동
각양각색 고양이 캐릭터 만들어
“볼거리 많다” 입소문에 마을 활기
부사동 역사 먼 옛날 백제시대로
‘부용이와 사득이’ 사랑으로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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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사동 칠석대 옆 구름계단. 계단 중앙의 고양이상은 뚱한 표정이 잘 표현돼 있다. (작은 사진 위부터) 부사샘 옆 담장에 자리한 고양이상과 부용로 골목 한 층계의 고양이상. 층계를 오르려 버둥거리는 모습에 동네 아이들의 귀여움을 받고 있다. 김영준 기자 kyj85@cctoday.co.kr

고양이를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이만한 구경거리가 더 있을까? 가을 초입인 지난 9월, 보문산 북동쪽 끝자락에 있는 부사동 부용로 일대에는 알록달록한 고양이 캐릭터 상이 곳곳에 자리를 잡았다.

부사동 청란여중·고 부근에서 보문산으로 이어지는 오르막길 곳곳에 20여마리의 고양이 캐릭터들이 자리잡았다.

고양이들이 위치한 곳은 부사동 주민이 살아가는 생활공간이다. 때로는 담장 위, 어떤 경우는 벤치 위, 동네 곳곳의 층계 위에는 갖가지 모습과 색을 품은 고양이들이 사람들에 인사를 건넨다.

마을 가장 높은 고지, ‘칠석대 계단’ 정중앙에는 뚱한 표정의 하늘빛 고양이가 배를 어루만지고 있다. 얼마 떨어지지 않은 한 집 귀퉁이에는 통통한 꼬마 고양이가 점심거리를 손에 쥐고 좁다란 골목을 내려다보고 있다.

부사 한솔아파트에서 마을 외곽까지 쭉 뻗은 골목길에는 꼬마고양이가 층계를 오르려 버둥거리고 있고, 어느 담벼락 위에서는 날렵한 검은 고양이가 낮잠에서 막 깬 듯, 기지개를 켜고 있다.

예전부터 길 고양이가 많기로 유명했던 부사동이다. 이런 길고양이들을 동네 일원으로 받아들이고 함께 공존할 수 있는 공간을 만들자는 게 캐릭터 고양이상들이 조성된 취지다. 동네에 고양이들이 판을 치게(?) 된 것에 대해 마을 어르신들은 복잡 미묘(?)한 감정을 갖고있다.

마을 슈퍼 평상에 삼삼오오 모인 동네 사람들은 “안 그래도 길고양이 많은 동네에 왜 또 고양이야”라고 불평하다가도 “그래도 애들은 퍽 좋아하네”라며 웃는다.

낮은 연령대에서는 고양이상의 인기가 폭발할 지경이다. 마을 아이들은 물론 인근의 신일여중·고, 청란여중·고 학생들은 “귀엽다”고 난리란다.

청란 여고 앞에서 만난 한 학생은 “산 밑의 조용한 동네라 재미가 없던 게 사실인데 고양이 상이 생겨 활기가 생긴 것 같다”며 “고양이들이 너무 귀엽다”고 말했다.

지난 9월 조성된 탓에 아직 입소문이 멀리 퍼지지는 않았지만, 고양이상을 보기 위해 마을을 찾는 이들도 점점 눈에 띈다고 한다. 이 동네의 볼거리가 고양이만 있는 것은 아니다. 부사동은 ‘부용이와 사득이’ 설화의 중심지기도 하다.

부사동은 먼 옛날 백제시대 당시 ‘부사샘’을 두고 부용이가 살던 윗마을, 사득이가 살던 아랫마을로 나뉘어 있었다. 구전에는 몇 해동안 긴 가뭄이 이어지면서 부사샘 역시 말랐었는데, 칠석날 부용이와 사득이가 사랑을 이루며 샘이 다시 물로 가득 찼다고 전해진다.

부용로의 동쪽, 보문종합사회복지관 인근에서 실제 부사샘의 모습을 확인할 수 있으며, 칠석(음력 7월 7일)에는 부용이와 사득이를 기리기 위한 부사칠석제도 볼 수 있다.

송석태 부사칠석보존회장은 “부사동은 이름그대로 부용이와 사득이의 사랑으로 만들어진 오랜 역사의 고장이자 부사칠석제의 본고장”이라며 “대전에서 이만큼 역사와 자취와 사랑이 가득한 곳도 흔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영준 기자 kyj85@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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