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이상범 청주시 도시계획상임기획단장

급증하는 개발수요에 대응하는 도시계획 수립을 위해 2002년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이하 국토계획법)이 제정돼 기반시설 확보, 비도시지역의 난개발방지를 위한 계획적 체계구축을 위한 기반이 마련됐다. 국토계획법은 '선계획·후개발'의 계획이념을 갖고 제정돼 전 국토에 대한 도시계획을 실시한다는 점에서 우리나라 도시계획사의 큰 분기점이 됐다.

최근 도시계획의 패러다임은 다양성에 대한 수용으로 변화하고 있다. 산업사회가 효율성 중심의 대량생산 시대에서 다품종 소량 생산체계로 변화했듯, 도시계획도 도시마다 고유한 특성에 따라 다양한 수요를 반영하는 시대로 변화한 것이다. 즉 도시마다 다른 인구 및 산업 구조, 쇠퇴 및 성장 추세 등 다양한 현황과 주민의 요구를 수용하는 지역 맞춤형 도시계획의 필요성이 증대한 것이다. 개정된 정부지침에 따르면 도시 유형을 성장형과 성숙안정형으로 구분해 지침의 내용을 차별화했다. 또 부문별계획에서 생활권계획과 도시재생계획으로 구체화해 법정계획으로 위상을 갖게 됐다.

도시는 인구규모, 수도권과 지방의 입지차이, 주변여건에 따른 지역적 이슈 등 너무나도 다양한 특성이 있어 현재 개정된 도시기본계획수립지침으로는 이 모든 사항을 수용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정부가 지역 맞춤형 도시계획에 의한 의지를 보인 이상, 보다 많은 논의와 연구를 통해 다양화된 도시유형에 따른 도시기본계획수립지침으로 나눠 질 것은 자명한 일이다. 또한 이러한 사항을 반영하기 위해 현재의 획일적인 용도지역 구분이 부분적 세분화 및 통합이 동시에 이뤄질 것 또한 예측 가능하다.

집을 건축할 때 어디에 지을지 그리고 어떤 용도에 집중할지는 그 집에 살게 될 집주인의 의지에 따라 건축가가 설계도를 작성해 집주인의 의지를 실현한다. 도시도 마찬가지다. 도시의 주인인 시민의 적극적인 관심과 참여를 통해 의견을 표출하고 이를 도시계획가가 바람직한 방향으로 도시계획을 수립해야 하는 것이다.

청주시의 도시계획은 중학교 교과서에 실린 적이 있을 정도로 주민참여 도시계획의 선진지역으로 손꼽히고 있다. 국토계획법 제정 이후 주민참여 도시기본계획(2020), 세포형 도시기본계획(2025)을 수립하면서 가능한 범위 내에서 주민의 소리에 귀 기울이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올해 도시기본계획(2030)과 도시관리계획을(2020) 수립함에 있어 '주민돋보기단' 운영을 통해 적극적인 주민참여형 도시계획을 수립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또한 계획의 합리성을 위해 항공사진, 지적도, 토지적성평가, UPIS 데이터 등 과학적 판단기준을 활용해 계획(안)을 수립하고 최종적으로 현장방문을 통해 눈으로 확인하는 계획 프로세스를 채택하고 있다.

하지만 오늘도 도시계획과 관련된 민원인들과 상담하면서 불통의 도시계획을 질타하시는 분들이 많았다. 국내에서 손꼽히는 열린 도시계획수립 체계를 갖추고 일찍이 청주시 맞춤형 도시계획을 수립하고 있었다고 자부했지만, 아직도 부족함을 느끼게 하는 하루를 보낸 것이다. 이런 일은 전국적 선진 모델이라는 자만감에 빠져 주민의 소리에 귀 기울이지 못하고 단편적인 도시계획을 수립한 것이 아닌가 하는 반성의 시간을 갖게 해준다.

이제 새롭게 개편되는 도시계획정책 변화에 발맞춰 청주만의 색깔을 갖는 청주시 맞춤형 도시계획 수립을 위해서는 다양한 주민참여 프로그램의 개발 및 적용, 전문가의 객관적인 견해, 행정가의 공정한 업무처리 그리고 공개된 자료를 바탕으로 한 도시구성원 모두가 참여하는 거버넌스에 의해 합의적 의사결정이 이뤄지는 도시계획 수립체계로 발전해야 하는 시기가 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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