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세평]노영민 국회의원

어느 시대, 어느 사회든 그 시대와 사회를 포괄하는 보편적 가치와 규범이 있기 마련이다.

그래서 그 사회 구성원들은 그런 보편적 가치와 규범을 전제로 선과 악을 구분하고, 자신의 언행들을 일상적으로 결정한다. 그런 가치와 규범, 혹은 지식을 우리는 통상 상식이라고 이야기한다. 그렇다, 상식이라는 것은 그 사회 구성원들끼리 정해 놓은 일종의 약속, 혹은 어떤 행위의 전제가 되는 최소한의 가치를 말하는 것이리라. 일반적으로 상식이 지켜지는 사회는 안정적이다. 반면에 그렇지 못한 사회는 매우 불안정하고 혼란스런 상태가 지속된다. 어느 사회든 비상식적인 혼란 상태의 지속은 궁극적으로 권력이나 부(富) 등 물리적 힘에 의해 지배되는 약육강식의 사회로 퇴행할 수밖에 없다.

나치 독일을 탄생시킨 독일 사회의 예를 보자. 당시 히틀러는 군부의 무력을 앞세워 나치독일을 탄생시킨 것이 아니다. 히틀러의 나치독일은 당시 독일 사회의 지식인이나 종교인들을 포함한 국민 일반의 선거에 의해 출발했다. 나 아니면 모두 적이라는 극심한 이념 대결 속에 상식이라는 사회적 공통 가치를 상실한 것이 원인이다. 그 결과는 2차 세계대전, 홀로코스트 등 인류 역사상 가장 참혹한 사건으로 나타났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패망한 독일이 70년이 다 되가는 지금까지도 그 상식파괴의 유혹을 경계하는 법과 제도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다시는 그런 상식파괴의 오류에 빠지지 않겠다는 독일 국민들의 국민적 각성인 것이다.

상식이 파괴된 사회의 극단적 상황은 갈등, 폭력, 수탈, 전쟁 등 제도로써 제어할 수 없는 아주 불행한 상태로 빠져들게 된다. 그런데 역사를 오직 권력의 입맛에 맞게 왜곡하고 미화하려는 전대미문의 상식파괴 사건이 지금 대한민국에서 진행되고 있다. 독재와 친일을 왜곡, 미화함은 물론이고 일제의 한반도 침탈까지도 한반도 근대화를 위한 일본 제국주의의 은혜로운 행위로 미화시키려는 시도이다.

이런 말도 안 되는 시도를 위해 동원되는 논리 또한 참으로 비상식적이다. '국사학자 90%가 좌편향됐다', '국정화 반대하면 대한민국 국민이아니다', '현행교과서는 적화통일 교육'이다. 정말 비상식적인 말의 폭력들이 난무하고 있다. 그 추진 과정 또한 비상식적이기는 마찬가지다. 국방부장관은 군이 역사교과서 편찬과정에 개입할 수 있다고 말한다. 역사교과서 집필자를 공모하는 과정 역시 비공개하겠단다. 책을 내는데 기본인 저자를 밝힐 수 없다는 것이다. 90%가 비정상이고 10%만이 정상이라는 논리는 상식과 비상식의 개념마저 파괴하고 있다.

이쯤 되면 더 이상 다른 사례를 열거하는 것이 무의미하다.

도대체 왜, 어쩌려고 멀쩡한 대한민국을 이토록 비상식적인 사회로 몰아가고 있나. 이 삼류 코미디 같은 상식파괴 드라마의 끝은 어디이며 어떤 상황이 기다리고 있는지 두렵기조차 하다. 원뿔은 밑면이 원인 3차원의 도형이다. 밑에서 보면 원이고 옆에서 보면 삼각형이다. 그리고 위에서 보면 가운데 점이 있는 원이다. 종합적인 관점을 가져야 원뿔의 본질을 볼 수 있다.

한 면만 바라보고 원이다, 삼각형이다 우기는 것은 참으로 어리석은 일 아니겠나. 보이는 것, 보고 싶은 것만 보고 그것을 강요한다면 그것이 개인이라면 독선이요, 통치자라면 독재일 뿐이다. 세계 정상국가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대한민국이다. 왜 지금 우리가 이런 원시적인 상식파괴의 갈등에 국력을 허비하고 있어야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정말 답답하고 안타까운 시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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