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경철수 충북본사 경제부장

사업 재편은 요즘 재계의 핫 트렌드가 되고 있다. 정부가 산업구조조정에 속도를 내면서 그나마 사정이 나은 대기업들은 비슷한 사업을 계열사에 몰아줘 통폐합하거나, 비핵심사업을 정리해 그 돈으로 핵심사업에 투자하는 식이다.

무엇을 해도 고성장을 구가하던 시대가 끝나면서 이제 자기가 잘 할 수 있는 사업에만 집중해서 하겠다는 얘기다. 이는 그나마 사정이 나은 대기업의 얘기이고, 지역 중소기업들은 최근 3년간 대출이자로 연명하는 한계기업(좀비기업)에 대해 금융위원회가 정리하겠다는 발표이후 요즘 날씨 만큼이나 한파를 겪고 있다. 부실기업 살리려다 부실금융을 자초할 수 있다는 위기감도 관련업계 밑바탕에는 어느정도 깔려 있기에 정부는 금융업계의 자구책이 부실기업 정리로 이어지길 바라고 있는 분위기다.

이처럼 변화를 요구 받고 있는 것은 산업계 전반 뿐만 아니라 금융업계도 마찬가지다. 이런 격동의 시기에 '1% 경제의 명암(明暗)'이란 말이 요즘 경제계 인사들 사이에 회자되고 있다. 1%대의 저금리 시대가 장기화 되면서 은행에 돈을 넣어봐야 몇푼 안되는 이자로 재미 보는 일이 애당초 틀린 상황이 되면서 흔히 있는 사람들의 돈이 모두 부동산으로 몰리면서 과열양상을 낳고 있다.

문제는 있는 돈 갖고 부동산에 투자하는 일이 문제될리 만무하지만, 무리하게 대출을 받아 집사고 땅을 사다보면 높은 대출이자 갚는데 허덕이게 되는 돈의 노예가 되기 십상이란 얘기다.

이 시대의 수많은 '신혼부부'들이 '하우스푸어'가 되는 이유도 시작은 바로 '저축보다 집사는게 낫다'는 1% 저금리 시대의 모순에서 비롯된다는 것. 전세난을 부채질하는 이유도 '집값'이나 '전세금'이나 별반 차이가 나지 않으면서 저금리 시대에 자연스럽게 여신이 증가하고, 이는 금융권의 적잖은 부담이 될 것이란 위기의식이다.

어쩌면 이 같은 이유에서 대출이자로 연망하는 일명 '좀비기업'에 대한 정리 의지를 정부가 내 비쳤는지도 모른다. 이 같은 위기의식은 비단 중·소기업인과 소상공인, 일반주민들에게만 있는 것은 아니다. 우리 경제를 좌지우지하는 상위 1%의 대기업들도 마찬가지다. 우리 경제의 수출 효자종목이었던 해운·조선·철강산업이 최근 적자폭이 증가하면서 스스로 구조조정 대열에 합류하고 자구책 마련에 분주하다.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이 합병하고, 대우조선해양이 구조조정을 하는가 하면 철강업에선 전문화가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우리 충북경제의 핵심 축이 되고 있는 LG그룹도 사업 재편에 들어갔다. 최근 LG화학이 소재산업에 집중하기 위해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조명 패널 제조사업을 계열사인 LG디스플레이에 양도하기로 했고, LG상사는 올 들어 방계 회사였던 범한 판토스를 인수한데 이어, LG전자의 물류 자회사 하이로지스틱스 인수도 추진하고 있다. 또, 그룹 내 태양광 발전사업 계열사인 LG솔라에너지와 비슷한 사업을 하는 서브원을 최근 합병했다. LS그룹은 알짜 자동차 부품회사 대성 전기공업의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SK그룹은 옥상옥(屋上屋) 지배구조를 해소하기 위해 지난 8월초 SK C&C를 SK㈜에 통합했다. SK이노베이션은 페루 가스수송법인, 포항물류센터, 인천 유휴지 등 비핵심사업을 매각하고 있다.

우리 충북경제도 전체대비 3%대인 GRDP(지역내총생산)를 1% 더 끌어올려 4%경제 시대를 맞이하려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이 1%에 너무 몰입돼 현재 놓치고 있는 것은 없는지 다시한번 꼼꼼히 따져봐야 할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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