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양은창 단국대 한국어문학과 교수

자신이 거주하는 지역에서 재배된 로컬푸드(Local Food)를 소비하는 사람들을 가리켜 ‘로커보어’(Locavore)라 한다. 로커보어란 지역을 뜻하는 로컬(Local)과 라틴어 ‘먹는다’는 의미의 보어(Vore)가 합성된 신조어다. '로컬푸드운동'이 미국이나 서구에서 1970년대 주창됐다고 하니 역사가 그리 길지는 않았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운동은 2000년대 들어 전세전지역 농산물 활용이나 경제 활성화 정책으로 정착돼 가고있다.

로컬푸드는 지역에서 생산된 농산물이다 보니 운송 거리가 짧아 식품 자체가 신선하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운송 수단이 최소화돼 탄소 배출을 절감하는 효과까지 있다.

프랑스를 비롯한 일부 국가들은 식품의 생산에서 소비에 이르는 거리를 '푸드 마일리지(Food Mileage)'로 표시하고 환경지표로도 사용하고 있다. 특히 이탈리아의 농민운동단체인 콜디레티(Coldiretti)의 주도로 시작된 'km 0 캠페인'은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거리를 '0'으로 설정함으로써 지역 생산물 애용을 장려하고 있다. 일본의 '지산지소(地産地消)운동' 이나 우리나라의 ‘신토불이(身土不二)운동’ 역시 비슷한 개념이라고 할 수 있다.

주지하다시피 천안은 농촌과 근접해 있는 지리적 여건을 지니고 있다. 로컬푸드 개념이나 생산자와 소비자 간의 거리를 최대한 줄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셈이다. 따라서 우리의 신토불이 개념을 정책으로 활용함으로써 지역 경제 활성화는 물론 농민들의 생산 활동을 돕고, 지역민들에게 안전하고 신선한 먹거리를 제공한다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중 소형의 도시에서 적극 추천할 수 있는 정책이라는 점은 익히 이탈리아나 프랑스의 예에서 확인된바가 있다. 즉, 푸드 마일리지를 적용함으로써 새로운 먹거리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는 뜻이다.

예를 들면 천안·아산 지역의 음식점이나 슈퍼마켓에서 지역 식재료를 사용하면 일정한 세금감면이나 자금지원을 함으로써 장려할 수 있다. 또한 관공서나 병원, 학교 등, 대규모 식재료 사용처에게 일정량의 지역 농산물 사용을 권장하거나 지역산 재료를 활용한 메뉴를 적극 장려함으로써 정책적 성공을 꾀할 수 있을 것이다.

현대는 소비가 미덕인 시대이다. 그러나 그 소비 경향을 어떻게 설정할 것인가는 우리가 결정해야할 몫이다. 천안에도 이같은 움직임이 전혀 없는 것은 아니다. 몇몇 단체나 회원명의로 된 소규모의 직거래 장터를 활용한 '로컬푸드연합'이 활동하고 있다. 하지만 정책적 지원이 없는 이런 영세단체 위주의 로컬푸드 운동은 한계가 따른다.

천안은 규모면에서도 '신토불이 운동'을 할 수 있는 최적의 여건을 갖추고 있다. 첫째, 인구 규모(62만명)에서 적절하다. 인구 100만이 넘어가는 대도시의 경우 소비 계층이나 생산자와의 소비자와의 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오히려 불리하기 때문이다. 생산자가 곧 소비자가 되는 셈이다. 둘째, 주위에 다양한 생산자가 포진돼 있어 공급이 원활하게 이루어질 수 있다. 셋째, 대단위 소비가 가능한 잠재적 소비군이 풍부하게 포진해 있다. 즉, 종합대학이나 병원, 대규모 산업단지 등이 근거리에 있어 소비할 여력이 충분해 정책적 완성도가 높다는 점이다.

지역민들의 건강과 지역의 환경은 물론 경제적 정책까지 두루 아우르는 지역 농산물 소비 활성화를 위한 정책의 조속한 도입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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