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문제를 논의하기 위한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 주요 대선후보간 회동이 오늘 열린다. 국내외에 큰 충격을 안겨준 북핵은 물론 각종 민생현안이 산적해 있는 시점에서 열리는 회동인지라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정부는 북한의 핵개발 프로그램에 대한 첩보를 수년 전부터 인지했었다고 전해진다. 아직 확인된 것은 아니지만, 만약에 이것이 사실이라면 정부와 청와대는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아야 한다. 햇볕정책의 훼손을 우려해 고의적으로 은폐하려 했다면, 북한에게 뒷덜미를 잡힌 것이나 다름없다.

그간에 건네진 대북지원금이 핵개발에 소요되지 않았다는 주장을 내세우는 자체가 궁색한 변명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에도 국민이 납득할 만한 설명이 없다면 북핵문제의 본질을 흐리게 하고, 우리 사회에서 불안과 우려가 더욱 증폭될 뿐이다.

북핵이 또다시 불거지면서 햇볕정책의 전면수정 또는 재검토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당장에 대북지원을 중단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미국 정부는 제네바 핵합의를 파기된 것으로 간주하겠다고 발표했다. 일본도 대북수교를 신중하게 고려하겠다는 입장이다. 러시아와 중국도 북핵에 대한 깊은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주변국가들의 대북 강경노선이 국제사회에서 설득력을 얻어가고 있는 중이다.

이처럼 외교환경이 어렵게 꼬여가고 있는데도, 북한은 핵우려를 대화로 불식시키겠다는 의지를 내보이고 있다. 그리고 미국의 적대정책 철회를 전제조건으로 내세우고 있다.

우리는 북한이 핵을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하려 든다면 북한 스스로가 엄청난 곤경에 빠질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자 한다. 김 대통령은 "북한의 핵 개발은 결코 용납할 수 없다"고 밝혔지만, 사실 북핵문제에 대해 우리가 독자적으로 풀어갈 수 있는 묘책을 찾기는 어려운 실정이다. 핵공격의 직접적인 피해자가 우리라는 점에서, 북핵은 동민족을 볼모로 잡아두는 비열한 외교술의 일환일 뿐이다.

우리는 북한과 미국간 제네바 합의와 한반도 비핵화 선언이 반드시 지켜져야 한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고자 한다. 아울러 인내를 바탕으로 대화로 풀어가되, 경수로 건설 및 대북지원 중단 등 압력을 가할 수 있는 실질적·단계적 조치를 제시해야 한다.

청와대 회동자리는 어렵게 마련됐다. 참석자들도 대선을 의식한 정략적 발언을 자제하고 국민적 우려와 불안을 달래줄 수 있는 방향으로 대화를 이끌어야 한다. 가공할 만한 핵위협의 엄연한 현실을 직시해 구체적인 대안책을 모색해야 한다. 가뜩이나 물고 뜯는 정쟁에 시달리고 있는데, 중구난방식으로 각자의 주장을 나열하려 든다면 회동의 의미가 없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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