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세평]이명현 대전지방보훈청장

필자가 초등학교 다닐 때 10월은 공휴일이 많아서 즐거웠던 기억이 난다. 10월 1일 국군의 날, 10월 3일 개천절, 10월 9일 한글날, 10월 24일 유엔데이가 모두 빨간날이었다. 그때는 유엔데이가 왜 공휴일이 되었는지 몰랐지만 UN이 1948년 대한민국을 한반도의 유일한 합법정부로 승인했고 1950년 6·25전쟁때는 북한의 불법 남침으로부터 지켜낸 사실을 그 후에 알았다.

1950년 6월 25일 새벽 4시 북한은 38선 전역에 걸쳐 기습남침을 했고 3일만에 수도 서울이 함락됐다. UN은 6월 25일 즉각 UN안보리를 소집해 북한군의 침략 중지와 38선 이북으로의 철수를 요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6월 28일에는 한국에 대한 군사원조제공을 결의해 UN파병을 결정했다. 이에 따라 미제24사단이 7·5오산전투에 투입된 이래 천안전투, 세종 개미전투, 대평리 전투, 대전전투 등 패퇴를 거듭했지만 낙동강 일원에 최후의 방어선을 치고 반격의 발판을 마련했다. 이 시기 미국 외에 21개 UN참전국이 속속 도착했고, 마침내 9월 15일 맥아더 사령관은 성공률 100만분의 1이라는 인천상륙작전을 성공시키게 된다. 이에 이승만 대통령은 UN에 대한 감사와 경의의 표시로 UN창설기념일인 10월24일을 공휴일로 지정했다.

1955년 한국을 돕기 위해 파견된 유엔한국재건위원회(UN KRA)의 인도대표 벤가릴 매논은 “쓰레기에서 과연 장미꽃이 피겠는가?”라는 말로 당시 절망적인 상황을 표현했다. 하지만 대한민국은 산업화와 민주화를 동시에 이루어 낸 세계유일의 국가로 발전했다.

우리나라는 예로부터 예를 중시했고 ‘동방예의지국’이라는 칭송도 받고 있는 나라다. 우리가 어려울 때 은혜를 입었다면 이를 되갚는 것은 당연한 도리다. 우리정부는 재향군인회를 통해 1979년부터 UN참전용사들을 초청해 감사를 표하는 재방한 행사를 가졌으나 매우 제한적이었다. 이에 따라 6·25전쟁 60주년인 2010년부터는 국가보훈처에서 직접 사업을 추진하면서 UN참전 21개국과의 보훈외교 정책으로 발전시켜 나가고 있다.

국가보훈처가 보훈외교의 일환으로 추진하는 사업 몇 가지를 소개하면 첫째, 유엔 참전국과 참전용사에 대한 감사행사다. 이 사업은 유엔 참전용사를 초청하여 감사를 표하는 행사이나 고령 등의 이유로 찾아가는 위로·감사로 확대해 시행하고 있다. 둘째, 유엔 참전국과 참전용사 공훈선양 사업을 한다. 사업의 일환으로 UN참전국 참전사 발간 등 UN참전용사 공적 발굴·포상 등 명예 선양 등을 통해 역사적 의의와 명예를 선양하고 있다.

셋째, 유엔 참전용사 후손과의 연계 강화 사업을 한다. 참전국 및 국내 청소년 평화캠프(올해 참전17개국에서 온 참전용사 후손 등 170명이 전적지와 DMZ방문), 참전국 참전용사 후손 장학사업(지원국:콜롬비아, 태국, 필리핀, 에티오피아) 등 참전국 참전용사 후손과의 협력관계를 통해 미래세대로 계승하고 확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또한 부산에는 세계유일의 UN묘지가 있다. 오는 11일 오전 11시에는 6·25전쟁때 희생된 UN참전용사를 추모하는 국제추모행사도 진행될 예정이다.

우리는 젊은 나이에 65년 전 알지도 못하는 나라, 만난 적도 없는 국민을 위해 고귀한 생명을 바친 UN군 참전용사들의 넋을 기리고 감사하는 마음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며 또한, 21개 UN참전국과의 동맹관계를 더욱 더 굳건히 하는 보훈외교에 세심한 노력을 기울여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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