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박희조 새누리당 대전시당 사무처장

세계는 지금 희토류를 비롯한 지하자원과 기후변화에 따른 수자원을 확보하기 위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특히 수자원을 둘러싼 국가 간 분쟁은 전쟁으로 이어지는 경우가 있을 정도로 이제는 한 국가의 생존의 문제로 대두되고 있는 심각한 상황이 됐다. 1967년 이스라엘과 시리아 간 '6일 전쟁'은 시리아의 요단강 상류 차단으로부터 촉발됐고, 몇년 전 인도차이나반도의 6500만명의 젖줄인 메콩강 상류에 중국이 수력발전소를 걸설하자 베트남 등 하류 5개국이 반발하면서 물 분쟁이 국제 문제로 확대되는 사건도 있었다.

우리나라는 다행히 이 정도는 아니지만 최근 들어서 극심한 가뭄으로 인한 물 부족으로 일부 지역민들이 생활에 큰 불편을 겪고 있어 물과의 전쟁이 이제 현실로 서서히 나타나고 있다. 한 언론보도 따르면 내주 수능을 앞둔 수험생이 물 부족으로 공부에 차질을 빚지 않을까 걱정하는 부모님도 있다고 한다. 극단적인 사례지만 바로 물 부족이 단지 불편함을 넘어 우리의 삶을 바꿀 수도 있다는 일종의 자연의 경고라고도 볼 수 있다. 다행히 며칠 전 가을비치고는 꽤 많은 고마운 단비가 내렸지만 충남 서북부지역 가뭄 해갈에는 턱없이 부족한 양이다. 이쯤이면 기우제라도 지내야 한다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서 나올 법하다. 최근 기준 전국 주요 다목점 댐의 저수율 평균은 37.4%이고, 극심한 가뭄으로 고통받고 있는 충남 서북부 지역에 용수를 공급하는 보령댐은 전국 최하위인 19.9%다. 대전권의 대청댐도 전국 평균 이하인 36.5%로 안심할 단계는 아니다. 우기인 내년 6월전까지 집중호우가 발생할 가능성이 거의 없어 주민 불편이 충남 서북부 지방뿐만 아니라 대전을 비롯한 전국으로 확산되지 않을까 걱정된다. 충남도의 요청으로 중앙정부가 4대강 사업으로 확보한 금강의 백제보 용수를 도수관을 이용해 보령댐으로 공급하는 긴급 공사를 시작했지만 내년 2월이나 되어야 개통된다 하니 그전까지 주민 불편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UN이 지정한 물 부족 국가군으로 분류되지만 1인당 하루 물소비량은 세계 최고 수준으로 물 낭비 수준이 심각한 수준이다. 우선 낮은 수도요금을 손질해 볼 필요가 있다. 국민적인 공감대가 있어야 한다는 전제하에 생산원가 보다 턱없이 낮은 현재의 수도요금 체계로 발생한 부족분을 국민의 세금 등으로 보전하는 현재의 비정상적인 요금체계 개선을 검토할 때가 왔다. 또 정부차원에서는 국민들이 물 절약에 동참할 수 있는 의무적 감축 프로그램이나 인센티브 제공을 위한 노력보다 누수 방지에 정책 역량을 집중해온 그동안의 '밑빠진 독에 물 붇기' 정책을 과감하게 정비해야 할 것이다. 또 각 가정에서도 절수 효율이 높은 제품을 구입하는 등 인식 제고가 우선적으로 요구되고, 일부 지자체에서 시행하고 있는 매달 절약한 수돗물 양을 기준으로 포인트를 제공하는 '수돗물 포인트 제도'를 전국적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

세계적으로 엘리뇨와 라니뇨 현상으로 기후 변화가 일상화 되어 태풍, 폭우, 특히 극심한 가뭄 등으로 생활의 불편함 정도를 뛰어 넘어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어 개인의 라이프스타일과 기업 활동, 국가 재난체계 등 분야에 많은 변화를 강요하고 있다. 자연이 우리에게 요구하는 변화에 능동적으로 대처해야 한다.

늦었지만 지금부터라도 철저한 가뭄 대책을 마련해 현대판 물꼬 싸움이 일어나지 않기를 농부의 아들로서 기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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