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의 재발견⑮ 동구 인동시장>
대전역 20분 거리… 최초 5일장 기록, ‘싼 가격’ 장점·갖가지 곡물 접할수 있어
핫플레이스 ‘인동기름집’ 늘 인산인해, 독립만세운동 발상지로 역사적 가치 높아

▲ 인동시장은 1919년 3월 16일 대전 내 최초로 독립만세운동이 일어난 장소다. 김영준 기자 kyj85@cctoday.co.kr
서서히 잊혀져 가지만, 잊어서는 안 되는 대전 전통의 재래시장 골목이 있다.

대전 동구 신인동주민센터 맞은편, 대전역에서 20분 거리에 위치한 인동시장은 거대한 규모를 자랑하는 인근의 중앙시장과는 달리 자그마한 곳이다.

하지만 왜소한 몸짓과 달리 대전의 역사에는 거대한 족적을 남긴 곳이기도 하다. 기억도 할 수 없는 오랜 옛날부터 인동장터란 이름에서 시작해 명맥을 이어오는 곳으로, 기록상에는 대전지역 최초의 5일장으로 남아있다. 최근 시장 말미에 큰 공용주차장이 들어서는 등 일부 현대화되는 모습이지만, 30~40년은 족히 된 간판과 점포들이 곳곳에서 고개를 내밀고 있다. 그만큼 과거의 향수에 목말라하는 이들, 가을 날씨에 마음이 싱숭생숭해 골목길을 걷고자 하는 이들에게는 이만한 나들이터가 드믈다.
▲ 인동시장 골목의 모습. 김영준 기자

인동시장은 쌀과 잡곡 등을 다루는 도매상들이 예전부터 터줏대감으로 자리잡고 있다. 과거부터 ‘싸전(쌀전)’이라 불린 시장통에는 아직까지 30여개 가량의 쌀·잡곡 도매상 등이 성업중이다. ‘세물 농산물 직판장’을 비롯해 이곳저곳 큰 길을 따라 늘어선 점포에서는 국내산·수입산을 가리지 않고 쌀, 보리, 콩 등 갖가지 곡물들을 접할 수 있다. 가장 큰 강점은 싼 가격이다. 도매상인 탓에 시중가보다 저렴한 가격에 살 수 있다는 점이 무엇보다 매력적이다.

‘상권이 쇄락했다’는 평이 이곳저곳에서 나오지만 아직까지 많은 음식점 사장님들이 한 아름 곡물을 안고 가는 모습을 볼 수 있을만큼 경쟁력을 갖추고 있다. 나이 지긋한 어르신들이 상인과 어우러져 값을 흥정하는 모습들은 퍽 정겹게 느껴지는 부분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쌀만이 인동시장의 콘텐츠라고 여긴다면 천만에 말씀이다. 현재 인동시장에서 가장 큰 인기를 누리는 것은 ‘인동기름집’이다. 시장 여기저기로 퍼져나가는 고소한 참기름 냄새를 따라가다 보면 손쉽게 찾을 수 있는데, 궂은 날씨가 아니라면 어느시간에나 3~4명 이상이 줄을 서 있을 정도의 ‘핫 플레이스(Hot place)’다.
▲ 인동시장은 지금도 시중가보다 저렴한 가격에 곡식을 살 수 있다. 김영준 기자
▲ 인동기름집 2대 사장 박찬희(66) 씨가 불무개(깨를 볶는 기구)를 들어보이고 있다. 김영준 기자

“한 10년은 넘게 이곳에서만 참기름을 받은 것 같아요. 참기름이 뭐 거기서 거기 아니냐고 하는데, 이곳의 고소한 맛을 한 번 보면 다시 찾을 수밖에 없어요.”

굳이 삼성동에서 먼 길을 걸어온다는 한 아주머니는 인동기름집의 참기름 맛에 엄지를 치켜들었다. 고소하면서도 깊은 맛으로 서울을 비롯한 전국 각지에서 주문이 밀려온단다. 뛰어난 맛의 이유는 3대째를 이어오는 연륜이다. 미묘한 날씨의 차이와 습도 등 여러가지 조건에 따라 볶는 시간, 압착기의 압력을 조절한다는데 이게 전적으로 경험에 따라서다.

2대 사장 박찬희(66) 씨는 “기름이야 그냥 잘 짜면 되는 거지”라고 퉁명스럽게 말한다. 비결을 밝히고 싶지 않은게 아니라, 오랜 경험으로 체득한 것이라 달리 설명할 길이 없단다.

인동시장을 찾을 또 하나의 이유는 그 역사적 가치에 있다. 인동시장은 대전지역 최초의 독립만세운동 발상지다. 1919년 3월 16일, 양사길(梁士吉)이란 인물이 인동장터 쌀가마니 위에서 태극기를 흔들며 “대한독립만세”를 처음 외친 것으로 역사는 전하고 있다. 이후 이어진 대전의 독립만세운동은 총 19회. 지역을 뒤흔든 독립운동의 물결이 이곳에서부터 비롯된 것이다.

동구에서는 이를 기리기 위해 매년 3월 16일 독립만세운동 재현 행사를 벌이고 있다. 저렴한 쌀과 고소한 내음, 과거 역사의 흔적을 한 번에 느낄 수 있으니 한 번 찾아볼만 하다.

김영준 기자 kyj85@cctod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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