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산 98세 구상연씨

"꽃신, 구두, 부츠 등 온갖 예쁜 신발을 다 모았습니다. 65년 전 헤어질 당시 딸들에게 '고추를 팔아 예쁜 꽃신을 사주겠다'고 한 약속이 가슴에 맺혀 아버지가 준비한 신발만도 몇 켤레가 되는 줄 모르겠습니다."

16일 제20차 이산가족 상봉을 위한 우리 측 방문단의 최고령자 가운데 한 분인 구상연(98·충남 논산시 채운면)씨의 이산(離散)에 대한 사연을 아들 형서(43)씨가 이렇게 전했다. 고령 때문에 움직임이 불편한 것은 물론 기억력도 희미해지고 귀가 어두워져 형서씨가 아버지를 대신해 모든 준비를 마쳤다. 이번 이산가족 상봉에 동행하는 형서씨는 "아버지는 당시 3, 7세의 어린 두 딸과 한 약속을 65년 만에 지키는 것이 된다"며 "이복 누나들과의 재회에 가슴이 설렌다"고 말했다.

그는 "아버지는 당시 입대를 위해 황해도 장연군 낙도면 석장리 집을 떠나올 때 집 굴뚝 모퉁이에서 놀던 작은 딸(선옥씨)이 '아버지 갔다가 또 와'라는 말을 3번씩이나 했는데, '이 말이 평생 가슴에 남아 한이 될 줄 몰랐다'는 말을 해왔다"고 말했다. 아버지가 평소 가족들 앞에서 이 말을 되뇌일 때면 모두 울음바다가 됐다는 것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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