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김두일 단국대 토목환경공학과 교수

42년만의 대가뭄으로 물이 부족하다는 말이 연일 신문지상과 TV에 오르내리는 등 요즘 충남서부 지역의 가장 큰 이슈는 바로 물부족이다. 특히 충남 서부지역 유일한 식수원인 보령댐 저수율이 초미의 관심사가 되고 있다. 보령댐을 주요 식수원으로 하는 보령·홍성 등 8개 시·군은 댐이 바닥을 드러낼 경우 당장 먹는 물 확보에 빨간 불이 켜지게 된다.

현재 보령댐 저수율은 예년의 3분의 1 수준인 22.5%에 불과하고 당분간 뚜렷한 비 소식마저 없어 이대로 계속 간다면 조만간 제한급수가 불가피하다고 한다. 지역 주민들이 사용하는 물의 양은 줄지 않고, 작년부터 이어진 가뭄으로 이 지역에 내린 비는 예년의 절반 수준에 그치고 있으니 저수율이 이처럼 낮은 것은 당연할 것이다.

우리는 예로부터 무언가를 흥청망청 쓴다고 할 때 ‘물 쓰듯 한다’라고 표현한다. 그만큼 물은 무한히 재생 가능한 자연재라는 인식이 깊이 각인돼 있는 것 같다. 따라서 ‘제한급수’라는 용어조차 생소하다. 수도꼭지를 틀면 물이 항상 펑펑 나오는 데 익숙하다 보니 그동안 입으로는 물을 아껴 쓰자고 하면서도 실제 생활에서는 실천이 잘 안됐던 것이 보통의 우리인 것 같다.

그렇다고 손 놓고 하늘만 바라볼 수는 없는 노릇이다. 기상전문가들에 따르면 앞으로 기후변화가 심화돼 지금까지 경험해 보지 못했던 극한 가뭄과 홍수가 더 자주 발생하게 될 것이라는데, 매년 가뭄이 올 때마다 당연한 듯 집집마다 큰 양동이를 준비하고 불편을 감내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가뭄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댐을 새로 지어 물그릇을 키우거나 다른 지역에서 물을 끌어다 사용하는 등 여러 가지 방법이 있겠지만 먼저 버려지거나 낭비되는 물이 없는지 잘 살펴봐야 한다. 각 가정에서는 샤워나 설거지를 할 때 물을 사용하는 습관을 조금씩만 바꾸면 가뭄과 관련된 위기 극복에 많은 도움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이보다 더 근본적인 낭비 요인의 개선이 선행돼야 한다. 바로 정수장에서 각 가정까지 물이 이동하는 과정에서 새는 물을 잡아야 한다. 정부에서 발표한 2013년도 상수도통계에 따르면 충남 서부지역은 1년에 총 5600만㎥의 수돗물을 사용하는 것으로 나타나 있는데, 이를 위해 각 정수장에서는 총 8300만㎥를 생산해야 한다. 수돗물이 전달되는 과정에서 관의 노후에 따른 누수로 인해 약 공급량의 33%에 해당하는 2700만㎥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충남 서부지역 주민들이 1년간 사용하는 수돗물의 절반에 달하는 양이 허비되고 있는 것이다.

대부분의 지자체는 재정여건상 노후된 시설을 개선할 엄두를 못 내고 있어, 물이 새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방치하고 있는 곳이 많다. 지자체의 어려운 재정문제를 해결하는 대안으로 전문기관의 집중투자와 선진 운영 방식을 통해 노후관 문제를 해결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할 시기가 되었다고 본다.

우리나라에는 현재 20~30개 지자체가 물관리 전문기관에 상수도 운영을 위탁하고 있지만, 이를 확대할 필요성이 있다. 전문기관은 자본과 전문성을 활용해 지자체가 못하던 사업을 빠른 시간 내에 시행함으로써, 위탁 초기에 새는 물을 잡아 시설운영의 효율성을 높일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해서 새는 물을 10%만 잡아도 댐 물을 1년에 800만㎥ 이상 절약하게 돼 지금과 같은 극한 가뭄에 효율적으로 대처할 수 있는 여력이 생기는 것이다.

가뭄을 극복하기 위해서 우리는 물 사용 습관을 변화시키는 노력과 더불어, 땅속으로 누수되는 소중한 물을 줄이는 근본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새로운 것을 만들어내는 것도 필요하지만 현재 갖고 있는 것을 지켜내는 지혜가 필요하다. 바로 지금이 그런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
저작권자 © 충청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