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마당] 류용환 대전시립박물관 관장

지난달 23일 ‘충청유교문화권 관광개발방향 모색을 위한 세미나’가 대전역사박물관에서 열렸다. 충청유교문화권 종합개발계획 수립 연구에 따른 것으로 해당 지자체인 대전, 세종, 충북, 충남의 관계 공무원과 일반시민이 참여해 주제 발표와 열띤 토론이 있었다.

필자는 마침 지난달 초 전승절 행사가 한참인 중국 공자의 고향 곡부(曲府)를 다녀올 일이 있었다. 곡부를 가기 위해서는 산동성 지난시(濟南市)를 경유해야만 하는데, 지난시에서 개최되는 샘물축제 국제포럼 참가후 일정이다. 이 포럼에는 우리시를 비롯하여 약 19개국으로부터 30여개 도시가 참가하였다.

우리 대전과 2009년부터 우호협력도시인 지난은 중국에서 품질 좋은 샘물이 많기로 유명하다. 대부분의 지하수에 음용하기 부적합한 석회성분이 함유된 중국에서 샘물은 매우 소중한 자원이다. 때문에 인구 700만명의 지난시는 '천성제남(泉城濟南)'이란 표어를 통해 도시 브랜드로 샘물을 내세우고 있다.

지난의 이번 샘물축제 국제포럼 주제는 '유교로 세계와 통하다'란 뜻의 '유통세계(儒通世界)'였다. 포럼에서 한국 대표로 11명의 일행을 대동한 안동시장의 발표가 있었다. 시장은 한국에서 가장 전통문화가 잘 보존된 곳이 안동이고, 유교문화 또한 가장 뛰어난 곳이라 소개했다.

하지만 말미에 안동은 영남유학의 본고장으로 퇴계학파의 종주지란 단서를 달았다. 흔히 조선의 유교를 이야기할 때 양대산맥의 하나인 퇴계의 학통을 이은 영남학파의 종주지란 표현이다.

중국의 전통문화는 지난 1966년부터 10년간 진행된 문화대혁명으로 인해 대부분 파괴되었다.

이때 유교문화 및 관련 유적도 구시대적 유산으로 몰려 사라졌다. 그러나 개혁개방정책에 힘입은 중국은 최근 유교에 대한 재평가와 문화 복원에 부쩍 관심을 갖고 있다. 하지만 이미 크게 손상을 입은 유적 복원도 문제지만 무형의 문화 복원은 해결하기 어려운 문제가 됐다.

일례로 공자를 모신 사당인 공묘(孔廟) 해설사가 공자사당은 중국보다 한국이 더 많고, 석전대제 때 춤인 일무(佾舞)와 제례악도 한국 성균관에서 배워갔다고 한다. 하긴 조선후기 우암을 비롯한 이 땅의 유학자들이 이미 중국을 대신한다는 조선중화주의를 표방하지 않았던가.

암튼 정부에서 기 시행한 영남유교문화권개발은 안동시장 발언이 의미하듯 우리나라 유교문화의 반쪽짜리 개발인 셈이다. 때문에 나머지 기호유교문화의 중핵인 충청유교문화권 개발은 우리나라 유교문화의 온전한 개발을 위해서 필연적이다.

최근 우리나라를 찾는 관광객의 국적 가운데 가장 많은 곳이 중국이다. 하지만 중국인들이 찾는 곳은 대부분 제주도와 서울 그리고 부산이나 인천으로 한정돼 있다. 그런 면에서 유교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중국인들에게 충청유교문화권은 매력적이라 할 수 있다. 즉 서해를 마주한 지리적 장점에 청주공항과 대산항을 갖춘 충청권이 중국의 접근성은 당연히 우위에 있다.

하지만 충청유교문화권 개발이 이미 완료된 영남유교문화권 개발사업의 재판이나 아류가 된다면 이는 막대한 예산 낭비이자 명분 없는 사업이 될 것이다. 다시금 중국을 비롯 세계가 주목하는 유교문화의 중흥을 위해서는 영남권에서 진행된 사업에 대한 철저한 분석을 통해 시행착오를 없애야 한다. 기왕의 사업과 변별력을 갖추지 못한 개발이라면 수요보다 공급만 앞선 상황이 연출될 뿐이란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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