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마당]조원오 원불교 충북교구장

연일 30℃를 오르내리는 무더위와 가뭄으로 길게 느껴졌던 여름이 가고 이제 가을 기운이 완연하다. 올 여름에는 온열질환으로 인해 10여명의 사망자가 발생하는가 하면 청주에서는 열대 과일인 바나나가 열리기도 했다.

계절의 변화와 함께 깊어가는 가을은 사람들로 하여금 자신의 삶을 뒤돌아보게 하고 깊은 상념(想念)을 일깨워 시인(詩人)으로 만드는 힘을 가지고 있다. ‘회룡조고(回龍祖顧)’라는 말이 있다. 높은 산의 형태가 산맥을 따라 흐르다가 본 산을 바라본다는 뜻으로 사람이 살아가는 가운데 가끔 자신의 삶을 돌아볼 필요가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에 이어 무덥고 긴 여름, 가뭄과 열대야에 지친 몸과 마음을 시원한 바람에 날려 보내고 깊어가는 가을에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마음의 편지를 쓰자.

원불교 교도들은 우리가족 유무념(有無念) 공부과목으로 ‘감사잘함’ 운동을 전개하고 있다. 유무념 공부에서 유념이란 눈, 귀, 코, 입, 몸, 마음 등 육근(六根)을 작용할 때 주의심(注意心)을 가지고 취사(取捨)하는 것을 말하고 무념이란 주의심 없이 행동하는 것을 말한다.

‘감사잘함’ 운동이란 감사하고 사랑하며, 잘했다고 칭찬하고, 이웃과 함께 잘 살자는 운동이다. 감사하고 사랑하고 남을 칭찬하고 이웃과 함께하면 맑고 밝고 훈훈한 세상이 될 것이다.

요즘 세상사는 일이 결코 쉽지 않다. 서민들의 가계부채가 점차 늘어가고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지 못해 애를 태우는가 하면 인구 고령화로 노인복지에 비상이 걸렸다.

생산과 수출, 어느 것 하나 만만한 것이 없다. 그러나 이대로 멈출 수는 없다. 어려움이 크면 클수록 그 뒤에 얻는 행복은 더 크기 때문이다. 알고 보면 이 세상에는 원망할 일보다 감사해야 할 일들이 너무나 많다. 사람으로 태어난 것에 감사하고 건강하게 살고 있음에 감사하고 사랑하는 가족이 있음에 감사하고 은혜를 알아 보은할 수 있음을 감사해야 한다. 깊어가는 가을날 감사의 마음을 보내자. 나를 낳아주신 부모님, 사랑하는 가족, 함께 일하는 직장 동료, 그리고 함께 사는 이웃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전하자.

을미년 가을, 사랑하는 가족들에게 편지를 쓰자. 헐벗고 굶주림에 시달리는 북녘 동포들, 병실에서 힘들어하는 환자들, 그리고 오늘도 전쟁의 공포에 시달리는 중동지역 난민들에게 사랑과 희망의 메시지를 보내자.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고 했다. 깊어가는 가을에 내가 아는 사람, 가까이 있는 사람들에게 잘한다는 칭찬 한마디씩 준비해 두자.

이 가을에는 뜻을 함께하는 이웃이 많았으면 좋겠다. 반갑게 만나 음식을 나눠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함께 웃을 수 있다면 그것이 행복이 아닐까.

깊어가는 가을에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정성을 담아 편지를 쓰자. 아름다운 이 계절에 감사하고 사랑하며, 잘한다고 칭찬하고 이웃과 함께하는 사람으로 거듭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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