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엄갑도 전 충북도중앙도서관장

우리나라 고전 속담을 보다가 성(性)에 관한 속담이 그렇게도 많은 것을 보고 웃은 적이 있다. 참으로 기기묘묘하게 표현들을 하고 있다. 그러나 그 내용을 조금 주의 깊게 살펴보면 가부장적 전통 하에서 지배복종의 관계를 당연시하는 남성 중심의 성 문화다. 오늘날 양성평등의 인간다운 성 윤리적 측면에서 보면 모순적인 속담도 많다. 어쨌거나 성에 관한 속담이 그렇게 많은 걸 보면서 우리의 선조들은 정말 성을 좋아했던 모양이다. 하기야! 동서고금을 통틀어 성을 싫어하는 사람이 어디 있겠냐만. 그래서 성으로 얼룩진 역사가 그 얼마이던가.

성(性)은 기본적으로 우리 인간에게는 식욕과 함께 본능적인 욕구로 생활의 일부였다. 그래서 결혼생활에 있어 남녀 간의 성이란 지극히 자연스러운 일로써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면서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삶을 영위하는 수단의 하나이기도 하다. 그런데 왜 성폭력이니, 성추행이니, 성희롱이니 하는 말들이 나오면서 인간의 사회생활을 시끄럽게 하는가.

타인에게 성(性)과 관련해 위해를 가하는 폭력적 행위와 상대의 의사에 반하는 특별한 유형의 힘의 행사로 성적인 접근을 상대방에게 하여 상대방으로 하여금 성적 수치, 혐오의 감정을 느끼게 하는 일체의 행위를 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권 침해의 잔인한 성범죄가 성립되고 사회 문제화가 되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그 동안 심심하다 싶으면 연예인들, 국회의원들, 그 외 저명한 사회 지도층까지 포함된 성추행 사건들이 지상의 사회면을 장식해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소란을 피우곤 했다.

얼마 전에 한 공립 고등학교에서는 남교사들이 여학생과 여교사들에게 성추행한 사실들이 드러나 많은 사람들, 특히 학부모들로부터 크게 빈축을 받으면서 사회 문제화되었다. 이들 가운데 교장까지 포함됐다고 하여 교육현장의 타락에 대해 크게 개탄하는 소리가 높았다.

교육부가 내놓은 자료에 따르면 성추행, 성희롱과 연루돼 징계 처분을 받은 전국 초·중·고 교사가 2011년 42명, 2012년 60명, 2013년 54명, 지난해 40명, 올해는 상반기에만 35명에 이른다고 한다. 참으로 놀라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인성교육의 현장에서 교원들이 성범죄를 저지르고 있다니 말이다. 일부 학부모들은 발표된 이 자료들은 빙산의 일각일지도 모른다고 우려하고 있다.

학교와 교사를 믿고 아이들을 맡기고 있는 학부모들의 배신감이 하늘을 찌르지 않을 수 있겠는가. 성추행 등 성범죄를 일으킨 경우에 국민의 여론은 갈수록 엄격한 처벌을 요구하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고, 실제로 처벌이 엄격해 지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아직도 처벌의 수준이 약해서인지 계속해서 이런 성 추행 사건이 가장 인격자들이라 칭송받는 교사들에게서 까지 발생하고 있으니 심각하다 하지 않을 수 없다. 차제에 교단 성범죄를 막을 법제적 장치가 엄중하게 논의돼 발본색원에 나서야 한다. 또 법제가 겉돌지 않도록 세밀히 살펴보고 무관용 원칙이 적용돼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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