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세평]장종태 대전 서구청장

행정자치부 인구통계에 따르면 8월말 기준 우리나라의 인구는 5146만 5228명이고, 그중 60세 이상의 인구가 18.5%인 950만 3567명이다. 이는 스웨덴 전체인구와 버금가는 숫자다. 70세 이상 인구도 456만명으로 뉴질랜드 인구와 비슷하다.

많은 전문가들이 우리나라는 2017년에는 고령사회에 진입하고, 2060년에는 고령인구 비율이 무려 40.1%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5명중 2명이 65세 이상이 된다는 말이다.

2015년에 발표한 OECD자료에 따르면 의료기술의 발달과 식생활 개선, 생활수준 향상에 따른 건강관리 등으로 평균수명이 증가하여 2013년에 출생한 아이의 기대수명은 남자 78.5세, 여자 85.1세에 달한다고 한다. 80~90년대까지만 해도 만 60세 생일에 환갑잔치를 하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졌지만 지금은 70이 넘어도 어디가서 노인행세하기 조차 어색한 시대가 되었다.

직업의 양태도 바뀌고 있다. 이제 더 이상 평생직장은 존재하지 않고 대신 평생 일해야 하는 시대가 됐다. 일의 개념이 어쩔 수 없이 생계를 위하여 하는 노동과 자신의 행복한 삶을 영위하기 위한 행위로 양분되고 있지만 지난달 24일 발표된 ‘2015 고령자 통계’를 보면 기초생활보장 수급자 가운데 65세 이상 고령자가 전체의 30.6%를 차진하고 있다고 하니 노인들은 여전히 생계를 위한 일을 더 많이 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고령사회가 되는 것이 부정적인 면만 있는 것은 아니다. 나이는 단지 숫자에 불과하다는 말이 있지 않던가?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나이를 언급하는 것이 무색한 사례는 많다. 춘추시대 진목공이 백리해를 처음 만나서 나이를 묻자 70세라는 대답을 듣고는 너무 많다고 하였다. 이에 백리해가 대답하기를 “저에게 날아다니는 새를 쫓고 맹수를 잡으라 하신다면 이미 늙었다고 할 수 있겠으나, 만약에 저로 하여금 앉아서 나라의 일을 보게 하실 생각이시라면 저는 아직 젊습니다. 옛날 태공 여상은 나이가 80이 되어 위수가에서 낚시를 하다가 주문왕을 만나서 상보의 직을 받아 주나라 사직을 일으켰습니다. 금일 군주를 만난 신의 나이는 여상과 비교하면 10년이나 더 젊습니다”고 했다고 한다. 재상이 된 백리해는 내정을 튼튼히 하고 군사를 정비하여 진목공을 춘추시대 세 번째 패자로 이름을 남기게 했다.

엔리코 단돌로는 85세에 베네치아공국의 도제로 뽑혀 4차 십자군의 맹주가 되어 콘스탄티노플을 정복했다. 마오쩌뚱은 74세의 나이에 양쯔강을 건너며 왕성한 체력을 인민 앞에 자랑했다. 현재 우리나라에도 89세라는 나이에도 전국노래자랑을 진행하고 있는 송해와 같은 유명인뿐만 아니라 나이가 무색하리만큼 활동적으로 살고 계시는 분들의 사례는 무수히 많다.

10월 1일은 유엔이 정한 세계 노인의 날이고, 올 10월 2일은 우리나라의 노인의 날이다. 노인을 단순히 돌보고 그러는 과거의 패러다임에서 탈피하여 자신의 삶을 영위하며 즐기실 수 있는 사회적 분위기를 조성해 가는 전환점으로 삼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노인은 지혜의 보고다. 오랜시간 살면서 축적된 경험을 통해 체득한 지식과 지혜는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소중한 자원이다. 이제 어르신들의 지혜를 이 사회가 어떻게 활용하고 후세들에게 물려줄 수 있는지를 고민해야 할 때이다. 이제 조만간 이런 말이 유행할 날이 올지 모르겠다. “노인이여 야망을 가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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