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강희권 국민건강보험공단 대전·충청지역본부장

건양대학교병원이 지난 22일부터 54병상의 포괄간호서비스 병동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병원의 간호전문인력이 간병을 포함한 간호 서비스 전반을 제공해 그동안 가족 등 보호자가 도맡아야 했던 환자의 간병 부담을 해결해 주는 소위 '보호자 없는 병원'으로 양질의 간호 서비스를 저렴한 비용으로 제공하기 위한 제도다.

이번 건양대병원의 포괄간호서비스 참여는 대전지역의 주요 의료기관이 참여했다는 사실 뿐 아니라 올해 6월 전국을 강타한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 사태를 직접 겪고 극복한 곳이라는 점에서도 의미 깊다. 건양대병원은 메르스 의심환자를 신속하게 발견하고 격리했으며, 추가 감염을 차단하기 위해 일부 병동을 폐쇄하는 결단으로 대전 시민이 가장 우려하던 메르스의 지역사회 감염을 잘 막아줬다.

전염병의 확산을 막기 위한 1차 조치는 '감염환자의 신속한 격리치료'다. 환자가 전국 186명에 이르도록 메르스의 확산을 막지 못했던 것은 감염이 의심되는 사람들을 조기에 관리하지 못한 점에 있는데 그 주요 원인 중 하나가 바로 우리나라 특유의 간병·문병 문화다.

가족을 돌보겠다는 선의로 병원에 머물지만 그 결과 병실에서 다른 병실로, 병원 안과 밖을 오가며, 균을 옮기는 매개체가 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본인이 감염되는 것은 물론이다.

메르스 발병환자 셋 중 하나가 병원에서 환자를 돌보던 가족과 간병인이었다는 사실이 우리 간병·문병문화의 문제점을 여실히 보여준다.

안타까운 것은 만약 포괄간호서비스가 전국 의료기관에 조기 도입됐다면 간병·문병 시스템을 개선해 메르스 확산을 줄일 수 있었다는 점이다. 포괄간호병동에서는 환자의 병간호를 전문간호인력이 24시간 직접 수행하면서 외부인과의 접촉을 제한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미 2013년 하반기부터 시범사업을 시행하고 있었음에도 적극성이 부족했다. 어쨌건 외양간을 고쳐야 다음 소를 키울 수 있다. 교훈을 얻지 못한 역사는 반복된다. 제2의 메르스 사태, 전염병이 의료체계를 통해 퍼지는 일만큼은 막아야 하지 않겠는가. 때문에 우리는 이번 사태를 포괄간호서비스를 확대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그런 점에서 건양대병원의 참여는 간병·문병 시스템을 개선하는데 앞장서고 대전 시민에게 양질의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선도적인 결정이라 할 수 있다.

메르스 이후의 보건의료체계는 이전과 달라져야만 한다. 포괄간호서비스의 도입은 그 변화의 시작이다. 이미 여러 의료기관이 보건의료 시스템의 미래를 고민하며 하나둘 시범사업에 참여하고 있다. 일찍부터 운영하고 있던 청주의료원과 충주의료원을 비롯해 올해 8월에는 대전우리병원과 천안우리병원, 천안의료원이 동참했으며, 이외에도 여러 병원에서 참여를 검토하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 건양대병원이 충청권 최초 대학병원으로 참여하게 됐으니 포괄간호서비스 확산에 더욱 탄력이 붙을 것이다. 충분한 대의를 갖추고 국민의 편익에도 기여하는 제도라면 널리 확산되는 것이 순리라 할 수 있겠다. 이는 마치 물이 언제나 위에서 아래로 흐르는 것과 같다.

마찬가지로 우리 보건의료체계를 보다 안전하게 만들 뿐만 아니라 의료서비스의 질을 높이고 국민의료비 부담을 절감하는 포괄간호서비스도 조기에 정착됨이 옳다. 모두 관심을 갖고 노력해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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