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매? 감정의 매?

▲ 이영선 교사
머리가 좋고 모범생이지만 남을 잘 때리기로 소문난 한 아이가 있었다. 또 학교에서 문제아라 낙인 찍힌 일명 '꼴통장군'인 한 아이도 있었다. 그 두 아이는 4학년 때 같은 반이 됐다.

어느 날 , 쉬는 시간 잠깐 교실을 비운 사이에 일이 벌어졌다.

교실에 들어와 보니 진태가 씩씩거리면서 정현이를 위에서 짓밟고 때리고 있었다. 정현이는 팔로 막으며 울고 있고. 이를 본 나는 평상시에 성격이 모나고 정현이를 인간취급하지 않는 진태가 너무 미워 회초리를 들고 종아리를 세게 한 대 때려 주었다.

다음 날, 양복을 입은 신사와 할아버지 한 분이 교실로 찾아왔다. 얼굴은 굳어 있었고, 서류 가방에서 종이와 펜을 꺼내들더니, 미리 작성한 듯 보이는 문제가 적힌 종이를 보며 나에게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바로 진태의 아버지와 할아버지였던 것이다.

어제 맞은 진태의 다리에 멍이 생긴 것을 보고 참다 못해 교장실에 갈까 생각하다가 나에게 왔다고 했다. 요즘 체벌 문제로 교사가 불이익을 당하는 것을 알고 있는지라 가슴이 답답했다. 하지만 폭력적인 진태의 성격을 고치려는 교육적인 의도였기에 당당할 수 있었다.

질문이 계속되면서 내 자신에게 화가 나고 회의가 생기가 시작했다. 마지막까지 담담함을 잃지 않다가 자기가 촌지를 주지 않아서 아이를 이렇게 때렸느냐는 질문에 눈물이 왈칵 쏟아지고 말았다. 정말 속상하고 화가 났으며 교육자로서의 양심에 그런 말을 들을 수밖에 없는 현실이 몸서리치게 싫었다. 내가 그렇게까지 보여졌다는 사실이 참을 수 없는 고통이였다. 나의 눈물은 교육에 대한 회의와 비탄의 눈물이였다.

교실에서 일어나는 많은 일들을 처리하는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사랑의 매를 들 때가 있다. 감정 실린 폭력이 아니라, 교육적 의미의 매 말이다. 갈수록 이기적이고 버릇없는 아이들, 이를 방임하는 부모들이 만들어 낸 교육 부재 현상. 이에 우리 교육자들은 과연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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