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김정호 한국소비자원 대전지원장

민족의 대명절, 추석이 다가오고 있다. 추석은 풍성한 곡식과 과일 등 다양한 음식들로 가득차는 것만큼 친지, 가족들의 웃음으로 충만하는 풍요로운 날이다. 고향을 찾은 가족들은 일가친척들께 정을 담아 선물을 나누고 함께 모여 조상님께 제사를 지낸다. 서로 덕담 한마디씩 주고받으면서 모두가 즐거운 명절이 되면 더할 나위 없을 것이다.

본래 추석의 의미는 잘 여문 햇곡식을 거두어 조상님께 제사를 지내고 마른 나물, 전, 햇과일 등을 서로 함께 나누는 것에 있다. 준다(give)는 개념보다는 공유한다(share)는 색채가 강했고, 사소한 것에도 마음의 교류로 생각하여 그 의미가 배가 됐다. 설령 선물을 주고받는다 하더라도 선물의 값어치, 크기와 관계없이 서로간의 정을 돈독히 하는 것에 목적이 있었다.

하지만 경제가 발전하고 소비 시장이 확대됨에 따라 주머니 사정에 여유가 생긴 사람들은 고가의 상품을 구입해 선물로 전달하며, 이러한 트렌드에 발맞춰 다양한 선물들이 시장에 등장했다.

특히 주변의 일가친척 모두가 모이는 추석과 같은 명절에는 반가움의 인사 대신 선물로 이를 대체하고, 빈손으로 찾아뵙는 것은 의식상 큰 실례로 보아 서로 선물을 교환한다. 윗사람, 아랫사람에게 선물을 준다는 것은 나쁜 일이 아니다.

오히려 진정한 마음이 스며든 선물은 관계를 돈독히 해준다. 다만, 값비싸고 큰 선물일수록 좋다는 배금주의적 태도와 허례의식은 경계해야 한다.

추석과 같은 명절에 선물을 구입할 때는 소비자를 현혹시킬 수 있는 과대광고 및 포장, 사은품 제공 등을 경계해야 한다. 효능을 확대·허위로 표시, 구입 상품과 무관한 혹은 필요가 없는 사은품을 제공하는 것은 시중가보다 훨씬 높은 가격으로 판매될 수 있기 때문에 주의가 요구된다. 특히 추석맞이용 선물세트는 내용물을 잘 확인하지 않는 점을 노려 부실게 구성할 수도 있으므로 가급적 실물을 확인하고 구입하는 것이 좋다. 또 할인된 가격이라고 해서 혹은 고가 상품이라 하여 형편에 맞지 않게 소비하는 행태도 지양돼야 한다.

추석이 다가오면 어김없이 할인 선물세트의 판매가 급증한다. 백화점, 할인마트 심지어 전통시장에서도 높은 할인율을 통해 소비자의 심리를 자극하며, 값비싼 제품이 좋은 것이라는 업체의 마케팅을 통해 고가제품 구입을 유도하여 과소비를 부추긴다.

소비자는 가격비교사이트(참가격 등)를 통해 각 업체별 가격을 비교하여 적정 수준에 맞는 선물을 구입하는 등 합리적으로 소비할 필요가 있고,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상대방이 선물의 의미를 느낄 수 있도록 진정으로 필요로 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고려해 구입하는 것이라 하겠다.

소비의 트렌드가 급변하면서 추석과 같은 명절 선물도 새로운 양상을 띄고 있다. 식용유, 참치캔, 김 등 실속 선물상품 대신 백화점·여행·문화상품권 등 서비스 상품이 각광을 받고 있으며, 오프라인보다는 온라인을 통해서 구입하는 경우가 증가하고 있다. 이러한 명절 선물 변화에도 변하지 말아야 하는 것은 우리의 마음가짐이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말이 있듯이 모든 것이 풍요로움을 나타내는 우리의 속담이 있다. 옛 선조의 추석의 의미를 되새기며 선물보다는 마음을 먼저 전달하는 추석으로 풍족한 날을 보내길 기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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