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조규선 한서대 대우교수

인간이 추구하는 것은 지속이다. 오래 살고 싶은 것은 본능이다. 권력도, 명예도, 재산도, 젊음도 모든 것이 지속되기를 바란다. 지속은 우리 인간이 살아가는 가치인 셈이다. 역사도 지속을 위해 존재한다. 우리가 역사를 존중하는 이유다.

조선왕조실록에는 당파 사화가 그대로 담겨있다. 그 시대 조정에서 일어난 일들이 시간 마다 기록 되어 있다. 이렇게 인간은 역사를 통해 모든 것이 지속돼왔다. 지난 2월 서산시청 앞에 서산지명 유래비가 세워졌다. 서산지명이 역사를 지속시키기 위해서가 아닐까? 서산 시민들의 역사적 정체성 확립을 위해 건립했다고 한다. 그런데 이 비문에 대해 김종옥, 이은우 선생 등 향토 사학자들이 역사를 왜곡했다고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아주 잘못됐다는 것이다. 심지어 없는 역사를 임의로 창작하여 서산의 명예를 크게 훼손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역사는 과거의 정확한 기록에 의하여야 한다. 추론으로 역사를 만들 수 없다며 일부 뜻있는 시민들과 함께 분노하고 있다. 그 후 서산시는 비문의 두 줄을 고쳤다. 그러나 아직도 일부 비문이 잘못 되었다고 말하고 있다. 고향을 사랑하는 충정일게다. 이 비 건립에는 시민의 혈세 2000만원이 소요됐다고 한다. 문제는 시민의 돈으로 시민의 명예를 실추 시켰다는 사실이다. 세상에 이런 일이 어찌 일어날 수 있을까. 시민의 한사람으로써 반문하고 싶다. 지역사회 개발(Community Development)은 지도자의 역할과 직결 된다. 우리가 흔히 쓰는 말에 ‘알아야 면장(免牆)을 한다’는 말이 있다. 지역의 역사, 생활 문화, 사람들의 습성, 전통, 자연 등을 알아야한다.

영국의 철학자 프랜시스 베이컨은 ‘아는 것이 힘이다’고 말했다. 사람은 경우에 따라서는 잘 알지 못하거나, 챙기지 못해서 실수도 할 수 있다. 이러할 때는 즉시 이해를 구하고 바로잡아야 해결 된다. 좋은 사회란 인간이 존중받고 인간답게 사는 사회이다. 발전하는 사회란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시민들의 연대감이 형성되어가는 사회다.

서산지명유래비는 서산문화원, 서산향토연구회, 서산문화발전연구원 등 서산지명유래비 건립추진위원회를 구성 추진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잘못된 것을 바로 잡는 것은 용기다. 책임을 회피하는 것은 비겁하다. 역사 이전에 더 중요 한 것은 사람이기 때문이다. 지도자의 성향에 따라 그 시대의 역사는 변화 되어 왔다. 그 시대에 사는 사람들의 마음이 시대정신이다. 누구나 인정받고 싶다. 인정은 진정한 반성 없이는 이루어 질 수 없다. 거짓이 진실을 이길 수 없다. 이것이 역사가 인류에게 주는 교훈이다.

예로부터 서산은 인심 좋고 살기 좋은 상서로운 고장이다. 선사 시대에도 찬란한 문명을 꽃피웠다. 세계의 철새가 모이는 천수만이 있다. 새가 살기 좋다는 것은 사람이 살기 좋은 자연 환경이다. 1751년(영조 27년) 이중환이 쓴 택리지(擇里志)에서 우리가 살고 있는 내포(內浦)를 이렇게 말했다. "물산이 풍부하고, 임진, 병자, 양 전란에도 전화(戰禍)가 직접 미치지 않았다. 부자가 많고 대대로 사는 사대부 집안이 많다"고 되어 있다.

사람들은 성품이 온유하여 양반 중의 양반이다. 그런데 이런 역사적으로 훌륭한 지역을 왜 가슴 아픈 땅으로 거론 되게 하는지 이해할 수 없다. 누군가 책임을 져야 한다. 이제라도 정확한 역사가 담긴 서산지명유래비를 새로 세워야 한다고 생각한다. 진정한 역사적 정체성 확립을 위해서다. 역사는 과거만이 아니다. 현재도, 미래도 역사는 계속 되는 것이다. 다만 지난 과거의 역사를 창작 할 수 없다. 그러나 현재와 앞으로 미래 역사를 우리가 창조 할 수 있다. 새로운 역사를 창조하기 위해서도, 현재 잘못 된 것을 바로 잡는 것은 매우 중요하다. 다시 한 번 올바른 서산의 역사가 지속되기를 기대한다. 그래서 우리 후손들이 자랑스러운 서산인 임을 긍지로 살았으면 하는 것이 우리 시민 모두의 바람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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