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13년이나 훌쩍 지나갔다. 2002년 6월 29일 온 국민의 눈과 귀가 한일월드컵 3·4위전에 쏠려 있던 날, 북한 경비정의 기습공격으로 우리 해군 6명이 숨진 후 어제서야 합동안장식을 새로이 가졌다. 호국 영령들이 명예를 회복하기까지 이토록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간 6용사는 현충원 장교묘역, 사병묘역 3곳 등 4곳에 분산 안장돼 있었다. 이제야 제2연평해전에 대한 역사적 재평가가 이뤄졌다는 의미를 부여할 수 있다.

합동안장식은 유가족들의 오열과 함께 숙연한 가운데 진행됐다. ‘대한민국의 영웅’ 이라고 표기된 영정을 들고 추모하는 분위기가 사뭇 함축적이었다. 이들은 "연평해전에서 희생한 장병들의 합동 묘역이 오늘에서야 진행된 점은 마음이 아프지만, 지금이라도 이들이 함께 할 수 있어 다행이다"고 입을 모았다. 제2연평해전 이후 서해 교전규칙이 강화되고 전력도 크게 보강됐다. 이제야 이들이 국민적 영웅으로 재조명 받았다는 건 여러모로 생각해 볼 문제다.

제2연평해전은 우리 장병이 온몸으로 북한 도발을 기어코 막아낸 승리의 해전이라고 할 수 있다. 김학순 감독의 영화 '연평해전'도 힘을 보탰다. 이 영화는 해군 고속정 참수리 357호 승조원들이 NLL을 무단 침범 기습 공격해온 북한 경비정에 맞서 30여 분 교전 끝에 격퇴시킨 과정을 생생하게 재현해냈다. 인터넷 모금과 바자회 등 민군의 정성이 한데 어울려 그 빛을 보게 된 것이다.

지나온 날을 보건대 한마디로 아이러니다. 정권 이념 논쟁까지 덧 씌워졌다. 군 내부의 갈등도 한몫 했다. 군 수뇌부의 사전 도발정보 묵살 여부와 교전지시에 대한 합참과 해군의 공방이 속 시원하게 해결되지 않았다는 건 유감스럽다. 아직껏 백서다운 백서가 없는 이유다. 그나마 다행스런 건 지난 6월 제2연평해전 발발 13주년 기념식에 국방부 장관이 처음 참석, 재평가 작업을 본격화했다는 점이다.

6용사 예우가 그간 순직자에서 전사자로 격상된 데 이어 어제 합동안장식을 가진 의미가 새롭다. 고위 공직자나 사회 지도층 인사들이 자녀의 병역 기피를 위해 여러 편법을 쓰는 사회는 결코 정상이 아니다. 호국영령들의 희생정신을 두고두고 기리는 건 당연하다. 바로 국가가 해야 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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