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단모래 http://blog.daum.net/silkjewel-58

지난 주말 고향집에 시화를 걸었습니다. 추석을 맞아 고향에 오시는 분들에게 마음의 쉼터를 마련해 주고 싶었습니다. 메르스로 온 나라가 어지러울 때 남편의 일도 중단되었습니다. 그 일로 상심하다가 이럴 때 일수록 슬기롭게 이겨야 한다는 마음으로 시골집을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금·토·일 3일을 시골에 있으면서 조금씩 집을 정리해 나갔습니다. 어머님 돌아가시고 10년, 아버님이 병원에 계셔 비워놓은지 8년. 집은 온기를 잃자 여기저기 삭아져내리고 허물어져 갔습니다. 8남매의 추억이 고스란히 남은 집을 둘이서 한번 고쳐보자고 했습니다.

처음엔 손 댈수 조차없이 어머어마한 짐들과 버려야 할 것들이 질리게 했지만 그것도 차근히 해나가니 정리가 되었습니다. 고물은 차를 불러 세 차나 내보냈고 쓰레기봉투 50ℓ짜리 20개를 버렸고 옷은 쌀자루에 15개를 내보냈습니다. 그러며 어머니가 시집 오실 때 해오신 작은 장롱, 어머니께서 만들어 놓으신 싸리나무 채반과 소쿠리 바가지, 댕댕이 넝쿨로 만드신 여러가지 생활도구들은 잘 간직했습니다.

맷돌, 확독, 다듬이돌, 나무절구, 그리고 수복 자가 써진 사발들도 잘 챙겼습니다. 좁은 안방과 웃방을 터서 하나로 만들고 단열재를 붙이고 창호문을 예쁘게 단장했습니다. 벽을 바르고 벽의 기둥들은 드러나게 해놓고 닦고 닦았습니다. 주방 싱크대는 시트지를 사다 붙이고 화장실도 다시 말끔하게 만들어 놓았습니다. 그리고 여름휴가때 8남매를 불렀습니다. 시누이와 시동생들은 즐거워했습니다. 이렇게 깨끗하게 고치느라 수고했다는 말을 들으며 여름내 끙끙 앓으며 고친 보람을 느꼈습니다. 담에 솟대를 세웠습니다. 번듯한 솟대는 아니지만 남편이 취미로 깎은 새들을 올렸습니다.

그럴듯 했습니다. 동네분들이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들어와서 살껴? 맨날 깜깜했는디 이렇게 와서 고치니까 좋구먼" 그러며 “어여 들어야 같이 살자”고 하셨습니다.

시화를 걸기로 했습니다. 시골에 계신 어르신들이 시 한 편을 읽기 어렵다는 걸 알기 때문입니다. 이렇게 걸어놓으면 지나다니시다가 그냥 한 줄이라도 읽으시면 좋을 것 같았습니다. 시화를 만들어 걸고 있는데 동네 어르신이 나오셨습니다. "동네가 훤해 지는 구먼. 오매가매 읽어볼게" 그리고 벌초하러온 남편 친구가 말했습니다. "동네가 예술촌으로 바뀌는 것 같어" "응. 고향에 왔다가 마음힐링 하고 가라고…." 남편도 뿌듯해 했습니다. 대학교 다니는 친구 아들이 말했습니다.

"멋져요. 좋은 시 걸어주셔서 고맙습니다."

추석에 고향을 찾아오는 많은 이들. 고향에 찾아와 편히 쉬고가면서 시 한 편 읽고 갔으면 좋겠습니다. 멀리서 올 사람들을 기다리는 솟대와 바람에 펼럭이며 환영할 고향에 추석 때 꼭 내려와 치유받는 시간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이 글은 9월 6일 작성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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