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홍성학 충북보건과학대학교 교수

지난 8월 31일 교육부는 ‘대학 구조개혁 평가결과’를 발표했다. 지난해 1월에 발표한 ‘대학구조개혁 추진 계획’에 근거하여 4월부터 8월까지 각 대학을 평가한 후 5등급으로 분류해 발표한 것이다. 교육부에 따르면 학령인구 급감에 선제적으로 대비하면서 대학 교육의 질을 제고한다는 취지를 담고 있다. 2023년까지 대학 입학정원을 3주기에 걸쳐 총 16만 명을 줄이겠다는 목표를 가지고 시행하고 있다.

이러한 교육부의 ‘대학 구조개혁 평가결과’에 대한 취지에도 불구하고 교육부 주도로 이루어지고 있는 대학 구조개혁과 평가에 대해 많은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평가에 따른 부작용을 염려하는 목소리가 높다. 대학을 등급화하고 이에 따라 정원을 감축하면서 정부의 재정지원을 차등화하는 방식으로는 오히려 대학의 서열화를 부추기고 양적 구조조정에 그쳐 대학 교육의 질을 높일 수 없다는 것이다.

대학의 자율성과 정체성을 흔들면서 고등교육을 위기로 몰고, 대학 구성원들을 평가서류 작성에 몰두하게 하여본연의 임무에서 벗어나게 한다는 평이 심각하게 대두되고 있다. 지방대에 비해 수도권 대학이 높은 등급을 받아 지난해에 이어 지방대가 더 많은 정원을 줄이게 되어 '지방대 죽이기'가 현실화했다는 분석도 나왔다. 교육부 출신 고위공직자를 영입한 대학이 대체로 높은 평가를 받았다는 의혹이 있는가 하면, 정성평가를 비롯한 대학 평가 방식 전반에 대한 공정성 논란도 크게 증폭되고 있다. 단기 저임금의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을 많이 채용하고 전임교원확보율을 높여 좋은 평가를 받은 대학들이 있는가 하면, 수도권의 모 대학의 경우 비리 대학에 연루되었음에도 A등급을 받아 의혹을 사고 있다. 무엇보다도 등급을 매겨 재정지원을 차등하거나 제한하는 것은 법적 근거가 없다.

과연 이러한 문제 투성이 등급 매기기 대학 평가에서 벗어나 효과적으로 대학 정원을 줄이고 교육여건을 강화하는 재정지원 방식은 없는 것인지 근본에서 되짚어봐야 한다.

학령인구가 줄어 들어서 입학정원을 줄여야 한다고 하지만, 학령인구가 줄어들지 않더라도 대학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서 입학정원을 줄여야 한다. 등급에 상관없이 정원을 줄이되 입학정원이 많은 대규모 대학부터 정원을 줄이고, 입학정원 1000명 이하 대학은 줄이지 않는 것이 대학의 안정성에 기여하게 될 것이다. 학과의 한 반 입학정원을 줄여 30명 단위 이하로 하는 것도 교육의 질을 높이게 할 것이다.

학부생이 많은 대학이 우수한 대학이라는 고정관념을 버리고, 세계수준대학(WCU,WCC)을 지향하는 대학부터 학부생을 줄여가야 한다. 하버드대의 경우 2008년 기준으로 학부생이 6678명이고, 대학원생이 1만2235명이었고, 예일대학의 경우도 학부생이 5247명, 대학원생이 6179명으로 학부생이 대학원생보다 적다는 것을 눈여겨 봐야 한다.

정원외 모집을 없애는 것도 급선무다. 수도권 대규모 일반대학의 경우 구조개혁 선도대학 지원 사업(2005~2008년) 등을 통해 재정지원을 받으면서 학부 입학정원을 감축했지만 정원외 모집 확대를 통해 더 많은 양적 팽창을 하기도 하였다. 정원외 모집을 정원내 모집으로 돌리는 것만으로도 한 해 4~5만 명 이상 줄어들 것이라는 연구도 있다.

이러한 입학정원 감축을 위해 교육여건을 규정하고 있는 ‘대학설립·운영규정’을 강화하면서 이를 고등교육법 및 관련 시행령의 행정처분에 연계해 시행하고, 각 대학이 자율성과 정체성에 따라 비전과 목표를 마련하여 제대로 실행하도록 평가·지원하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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