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인문의 窓] 충북본사 편집국장

영도 스님의 법어집 '명주'의 '마음아 마음아 너 지금 어디에 있느냐' 편을 보면 사람의 얼굴을 얼굴로 부르게 된 자원(字源)이 나온다.

본래 얼굴이란 단어의 어원은 얼꼴이었다고 한다. 얼이란 흔히 민족의 얼, 조상의 얼로 표현하는 것처럼 이른바 혼(魂)을 말하며 꼴이란 보통 꼴아지, 꼴값, 꼴불견 할 때 쓰는 어떤 모양을 말한다. 이처럼 얼꼴은 혼의 모양, 정신의 모양을 일컬었는데, 억양이 너무 딱딱해 언제부턴가 얼골로 발음하던 것이 얼굴로 부르게 됐다고 한다. 얼굴에는 그만큼 세상의 이치는 물론 인생의 삼라만상(森羅萬象)이 다 담겨 있는 셈이다.

지난 10일 시작된 제19대 국회 마지막 국정감사가 오는 23일까지와 내달 1일부터 8일까지 두차례로 나뉘어 실시된다. 이번 국감은 내년 4월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두고 박근혜 정부의 공과를 집중적으로 점검할 마지막 무대로 여겨지고 있어 여야 모두 양보 없는 주도권 다툼이 벌어지고 있다.

특히 올해 피감기관은 지난해보다 26개 늘어난 708개(정보위 미확정 제외) 기관으로 역대 최다 규모다. 국가적·사회적 현안도 산적해 있어 재벌개혁과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를 비롯해 공공·노동·금융·교육개혁 등 이른바 4대 개혁문제를 놓고 여야 간 팽팽한 대립이 펼쳐지고 있다.

문제는 올해도 깊이 있는 감사를 할 것이라는 기대보다는 걱정이 앞서고 있다는 점이다. 국정에 대한 견제와 균형보다는 당리당략과 사리사욕에 사로잡혀 구태를 벗어던지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국회의원의 막말과 막무가내식 질의, 무리한 증인과 참고인 요청 등 반복됐던 의원들의 추태도 반복되고 있다.

벌써부터 곳곳에서 국회의원들의 저질 행태가 빚어지고 있어 국민적 공분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난 14일 경찰청 국정감사에서 새정치민주연합 유대운 의원은 강신명 경찰청장에게 장난감 권총을 쥐어 주고 격발 시연을 요구했다. 이 총은 유 의원의 보좌진이 인터넷에서 구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질의를 시작한 유 의원은 서울에서 발생한 검문소 총기사고와 관련, 강 청장에게 장난감 권총을 주머니에 넣었다가 순서에 따라 조준 격발할 것을 요구했다. 유 의원은 권총을 받아든 강 청장에게 안전장치 제거와 조준, 격발을 차례로 지시했다. 강 청장은 자리에서 일어나 주머니에 권총을 넣었다가 빼들기는 했지만 새누리당 서청원 의원 등이 강력하게 반발하면서 방아쇠를 당기진 않았다.

서 의원은 "90년대에도 이런 식으로 국감하지 않았다"며 자리를 박차고 나갔다. 오죽하면 유 의원과 같은 당의 문희상 의원이 "아무리 국정감사라도 경찰청장에게 그런 식의 시연을 요구하는 건 부적절하다"고 사과를 요구했겠는가. 한마디로 대한민국 국회와 의원들의 수준을 적나라하게 보여준 얼빠진 블랙코미디와 다름아니다.

무릇 '태산명동 서일필(泰山鳴動 鼠一匹·태산이 요동쳤으나 결국 잡은 건 겨우 쥐 한 마리 뿐)'이라 했다. 의원의 본분을 망각한 채 수치스런 몰골을 서슴지 않고 있는 '저질 국감'을 지켜보면서 국민들의 상실감도 크다. 국민의 귀중한 세금이 새는 곳은 없는지 국정을 감시·견제하라며 이들에게 '배지'를 달아준 유권자들은 아마도 자신의 손가락을 부러뜨리고 싶은 심정을 갖고 있을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밥값'을 못하고 '꼴값'하는 일부 의원들에게 단죄를 내릴 총선이 내년 4월로 다가와 있다는 점이다.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는가. 경제 침체로 국민들은 제발 먹고 살게 해달라고 아우성인 데 유독 국회의원들은 얼굴 값도 못하는 형국이다. 국민을 대표해야 하는 국회의원들이 제 역할도 못하고 있는 데 국민들은 도대체 어디에서 희망을 찾아야 한다는 말인가. 지금부터라도 국민들이 웃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멍들대로 멍든 서민들의 가슴은 이제 더 이상 내어 줄 여유가 남아있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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