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선] 이덕우 청주 금천고등학교 교사

다음에서 언급하는 나라는 어느 나라일까? 국제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매년 중하위권인 나라. 초등학교를 입학해 알파벳을 배우는데 1년이 걸리고 1부터 20까지 숫자를 이용해 덧셈, 뺄셈을 배우는데 1년이 걸리는 나라. 선행학습은 다른 학생의 질문할 권리를 빼앗고 교사의 수업권을 침해한다고 생각해 선행학습을 금지시킨 나라. 구구단이나 수학 공식을 미리 가르치지 않고 더디더라도 자신만의 방법을 찾을 때까지 묵묵히 바라보고 기다려 주는 나라. 초등학교 필수 자격시험으로 자전거면허증과 수영 인명구조자격증이 있어야 하는 나라. 바로 2014~2015년 국제 경쟁력 세계 5위(세계 경제 포럼)인 독일의 이야기이다.

2005년 9월에 첫 방송을 시작한 EBS '지식채널e'가 방송 10주년을 맞아 EBS 홈페이지와 유튜브, 그리고 주요 포털 사이트를 통해 가장 많은 사람들이 본 프로그램을 조사했는데 이 '공부 못하는 나라'가 1위를 차지했다. 이렇게 많은 사람이 본 이유는 무엇일까? 독일의 초등학교 필수 자격시험에서 보듯 안전과 여가를 중시하며 교육의 목표를 인간으로서 행복하게 사는 것이라고 바라본다는 점, 경쟁 없이 공부해도 문제가 없고 다 함께 사는 법을 가르치는 것이 결국 경쟁력 있는 교육이라는 점이 오늘날 한국에 살고 있는 많은 어른들에게 부끄러움과 새로운 교육 패러다임에 대한 화두를 던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이 영상이 나온 지도 4년이 흘렀지만 우리 사회의 교육은 어떠한가? 대통령도 입시 위주의 교육 현실을 바꾸고 창의적인 인재를 키우기 위해 교육 개혁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겠다고 했지만 아직도 모(某) 신문사에서는 수능 성적을 기준으로 전국 고등학교 순위를 내고 있고 수능 성적으로 각 시·도의 학력 격차를 논하고 있다. 며칠 전 필자의 아내가 놀란 목소리로 2013년 전국학업성취도 평가에서 최우수를 기록한 우리 충북의 아이들이 고등학교 3학년이 되어 치른 작년 수능에서 1등급 비율이 전국 최하위권이라며 우리 아이 고등학교 진학을 어디로 하냐고 물어 온 적이 있다. 경쟁과 성적이라는 잣대로 충북 교육의 변화를 진단하는 것은 나쁘지만 잘못된 정보로 인해 폄하될 수 있어 부득이하게 성적에 대해 말하려 한다.

우선 학업성취도평가에서 2010년부터 2015년도까지 최우수를 받은 것은 우수한 인재가 많다는 것이 아니라 학습에서 뒤떨어지는 기초 미달자가 전국에 비해 월등히 없다는 이야기이다. 즉, 충북의 아이들은 다른 시·도의 아이들에 비해 학업 상처로 인한 중도 포기자가 없는 기초학력보장교육이 잘되는 지역이라는 얘기다.

그리고 수능 1등급을 비교하려면 적어도 3년 동안의 변화를 바탕으로 이야기를 해야 하는데 2015학년도 수능만 놓고 전국 15위니 우리 충북이 떨어진다고 말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다. 일례로 수학과 영어의 3년간 1등급 변화 양상을 살펴보면, 수학A의 경우 2013년에는 2.5%, 2014년에는 2.9%, 2015년에는 4.8%로 향상됐고 수학B의 경우 2013년에는 1.3%, 2014년에는 2.2%, 2015년에는 1.9%로 2013년보다는 향상이 됐다고 할 수 있다. 영어 역시 2013년에는 1.8%, 2015년에는 2.1%로 향상됐다.(2014년도 영어의 경우는 영어A, B로 나눠서 치렀기에 다른 해와 비교할 수 없음.)

이제는 이런 성적 비교에 의해 충북 교육의 변화를 부정하고 비판할 것이 아니라 학부모들의 궁극적인 희망인 우리 아이의 행복뿐만 아니라 다함께 행복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비판적 사고력과 협력적 문제해결력, 자기주도적 학습능력 등 미래의 인재로 성장하도록 기다려주고 믿으며 함께 고민하고 참여하는 교육 공동체가 돼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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