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노영민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장

지난해 10월 30일 헌법재판소는 국회의원 선거구의 인구편차를 3배까지 허용한 현행 공직선거법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다. 헌재의 판단으로는 인구편차를 2배까지 허용하는 것이 타당하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헌재가 이런 결정을 내리는 과정에서 간과한 측면이 하나 있다. 국회의원의 대표성은 크게 인구 대표성과 지역 대표성 두 가지를 다 충족시킬 수 있어야 한다.

가장 선진적인 민주주의 제도를 갖고 있는 미국의 경우 역시 상·하원 양원제로 나눠서 인구의 대표성과 지역 대표성을 충족시키고 있다. 하원은 인구 비례로 의석수를 정하지만 상원의 경우는 인구의 많고 적음과 관계없이 각 주별로 2명씩 의석수를 일괄 배정하고 있다.

그 만큼 국회의원의 지역 대표성은 중요한 가치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의 경우는 양원제가 아닌 단원제이기 때문에 인구대표성과 지역대표성을 동시에 충족시켜야 할 필요가 있다. 이런 관점에서 헌재의 인구편차 2배 결정은 국회의원의 지역대표성을 충족시키기에는 매우 어려운 측면이 있다. 이를테면 대도시 지역은 동일 생활권임에도 불구하고 인구가 많다는 이유로 한 자치단체에 여러 명의 국회의원을 가질 수 있는 반면 농촌지역의 경우 생활권과 문화가 다른 4~5개 자치단체를 묶어 하나의 국회의원 선거구를 만들어야 하는 불합리한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때문에 20대 총선을 위한 선거구획정위원회는 농촌지역 등 인구밀도가 낮은 지역의 지역대표성을 감안한 선거구획정의 원칙을 마련해야 한다. 어찌됐건 인구 편차가 두 배라는 헌재의 결정으로 전국 62개 지역이라는 적지 않은 지역이 선거구 조정 대상 지역이 됐다. 그야말로 선거구 관련 빅뱅이 시작된 것이다. 우리 충북 역시 인구수 하한선 미달로 국회의원 선거구 한 곳이 조정 대상 지역이 됐다. 특별한 배려나 조정이 안 된다면 충북 8개의 국회의원 선거구 중 한 곳이 줄어들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가뜩이나 도세가 약한 우리 충북의 입장에서 국회의원 한 석의 의미는 매우 클 수밖에 없다.

그런데 필자가 보기에 이것을 지켜 내기가 참으로 만만치 않다. 전체 의석수는 이미 정해져 있는데 인구가 많아서 분구가 되는 지역은 당연히 분구를 주장할 것이고, 반면 국회의원 선거구가 없어지는 지역은 그럴 수 없다고 주장할 것이다. 아주 특별한 명분과 논리가 없다면 충북 8석을 지켜내기가 정말 만만치 않아 보인다. 이미 보은·옥천·영동 등 남부3군의 인구수 늘리기 캠페인 방안은 선거구획정위원회가 정한 8월 31일 기준일 현재로 무의미해졌다. 남은 방법은 주변지역을 분할해 편입시키는 방법인데, 그것 또한 다른 문제가 발생할 소지가 있다.

청주시 지역 일부를 분할하는 방법은 그렇잖아도 현행 4석을 유지하기가 벅찬 청주시 의석수 4석 유지를 위협하게 된다. 결국 선거구획정위원회가 이 문제를 정리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우리 충북만의 특별한 명분과 논리 개발이 시급하다. 예상컨대 어지간한 지역의 특수성을 바탕으로 하는 논리는 전국의 선거구 조정 대상 지역과 다르지 않을 것이다. 다른 지역과 비슷한 논리로는 선거구획정위원회를 설득시키기 쉽지 않을 것이다.

현재 선거구조정을 담당하는 선거구획정위원회는 중립적 기구인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산하기구로 구성돼 활동하고 있다. 정치적 논리나 입김에 휘말리지 않겠다는 의지이다. 때문에 필자를 포함한 정치권의 역할이 상당부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중요한 것은 지역 사회의 관심과 호응이 아닐까 싶다. 도민들의 높은 관심과 호응으로 좀 더 절박한 우리만의 논리가 나올 수 있고, 그것을 관철시킬 힘이 생길 것이다. 정파의 문제가 아니다. 우리 충북의 미래를 위한 일이다. 충북 구성원 모두의 각별한 관심과 호응이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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