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조명선 공주대학교 대학원 박사과정

세종시 중심에 조선 중기 대유학자이며, 개혁사상가인 초려 이유태 선생의 묘역이 국가 성역화 사업의 일환으로 조성되어 이제, 그 준공을 앞두고 있다. 초려역사공원은 초려선생의 학문과 사상을 기리는 서원을 중심으로 건립되어 이제 세종시의 중요한 역사적 공간이며 시민의 문화 공간으로 그 기능을 다하리라 생각된다. 최근, 준공 예정인 초려역사공원의 운영에 대한 다양한 의견들이 개진되고 있지만 민주사회에서 각각의 개체들이 개성 있는 의견과 요구를 제시하고 이를 합리적으로 조율하고 조정하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것이라 생각된다.

이에 필자도 하나의 의견을 제시하고자 한다. 그 어떤 것보다 더 근본적으로 초려역사공원은 그 건립 취지와 목적에 부합해야 한다는 것이다.

모든 사물은 그 사물에 맞는 본질과 의의가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본래, 초려역사공원은 초려선생을 추모하고, 초려선생 묘역관리시설로 만들어진 것이다. 그렇다면 그 취지에 맞게, 그러면서도 현대적인 감각으로 적실하게 운영되어야 할 것이다. 그렇게 본다면 초려역사공원은 삶의 품격을 제고시킬 수 있는 공간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국가의 행정 중심지인 세종시의 많은 시민들이 이 초려공원에서 물질의 이욕에 허덕이는 삶에서 벗어나 진정으로 자신을 되돌아보는 시간을 갖기를 희망한다. 즉, 이해타산의 세속적 삶의 타성에서 벗어나 초연한 정신의 고양을 이루어낼 수 있기를 기대하는 것이다. 그것은 초려공원이 인간의 역사와 정신에 대한 탐구와 성찰을 지속적으로 전개할 수 있는 실질적 문화 거점이 되어야 한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이다. 특히, 초려역사공원에 복원된 갈산서원은 그 중요한 문화적 활용 공간이 될 것이다. 이를 단순한 시설물의 하나로 방치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서원은 조선시대에 각각의 지역에서 주요한 교육과 학습의 공간이었다. 국가의 예산으로 건립된 이 건물들을 실질적으로 평생교육의 시대에 걸맞게 변화시켜 운영해야 할 것으로 기대한다.

초려공원이 서원에 걸 맞는 교육, 문화의 기능을 충실히 수행할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세종시는 한국 유학의 중심인 기호유학 또는 충청 유학의 중심적 역학을 할 필요가 있다. 특히, 서구화의 긍정적 기능과 달리 그 부작용에 대한 지적이 날로 점증하는 가운데 지금, 우리 사회에서는 조선 유학의 커다란 줄기였던 충청지역의 유학과 유학자에 대한 국가적인 연구지원 사업이 부상하고 있다. 이러한 사업에서 초려선생의 생애와 철학이 깊이 연구되고, 충청(기호)유학의 연구와 연계될 수 있도록 총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 초려공원이 초려선생의 철학 사상에 대한 학술적 조명뿐만 아니라, 기호유학 전체에 대한 주요한 학술회의의 학문적 공간으로 활용할 수 있어야 하겠다. 요컨대, 세종시는 인간의 삶이 자연 환경과 함께하며 과학기술의 편의가 역사적 숨결과 병행하고 과거와 현재가 공존하는 도시가 되어야 한다.

초려선생의 개혁 사상과 출처 대의는 '세종'시라는 이름에 부합하는 정신적 좌표로서 매우 중요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초려역사공원에 대한 국가의 성역화라는 정책적 판단과 지원에 부합하는 것은 바로 위와 같은 교육과 학습과 연구의 공간으로 역사와 문화의 공간으로 자리매김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최근, 세종시가 초려역사공원의 동·서재 중 하나를 '2016세종민속문화의해추진TF팀' 사무실로 쓰겠다고 하는 언론의 보도는 반드시 철회되어야 한다고 본다.

민주 사회에서 생각은 다양할 수 있고 다 그 이유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모든 것은 사리에 맞아야 하는 것이 아닌가 거듭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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