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세이]전인준 음성여자중학교 교사

필자는 이번 여름 '단재 나라 사랑 얼 찾기'라는 연수를 받았다. 연수 내용을 접하는 순간 소름과 긴장으로 혈관이 팽창되는 것이 느껴질 정도였다. 연수는 단재 신채호의 사상과 나라 사랑 정신 등을 이론으로 학습한 후 4박 5일간 중국으로 현지 연수를 다녀오는 것으로 짜릿한 유혹이었다.

연수를 준비하며 '단재 신채호 평전'과 단재가 지은 '조선상고사'를 공부하다보니 중국 현지에서 단재의 숨결을 느끼고 싶은 욕망이 더욱 커졌다. 책으로만 읽었던 북간도 땅과 만주 벌판을 두 발로 디딜 수 있다니…. 윤동주의 모교에서 그가 바라보았을 하늘과 나무를 볼 수 있다니….

우리의 일정은 연길에서부터 대련으로 이어지는 1300㎞의 대장정으로 먼저 시인 윤동주의 모교인 대성중학교를 방문하는 것으로 시작했다. 두 달 전 필자는 윤동주 70주기를 맞아 '동주를 그리다'라는 글을 기고한 적이 있다. 그 글이 프롤로그라도 되는 듯 결국, 동주를 만났다. 그곳에서 그와 긴 눈맞춤을 할 수 있어 진정 행복했다.

연길대학교에서는 중국 동북지역의 역사에 정통한 교수님이 열변으로 특강을 해 주셨고 두만강과 압록강에서는 강 너머 북한 땅에 그리움을 던져 놓았다. 생각보다 강폭이 좁아 놀랐지만 그러기에 더욱 안타까웠다.

그리고 드디어 백두산과 그가 숨겨 간직한 천지를 만났다. 이틀에 걸려 북파와 서파 코스를 모두 올라 두 번 다 천지를 만났다. 북파로 만난 천지는 햇살을 받아 찬란하게 빛났고 서파로 만난 천지는 구름과 안개 속에 나타났다 사라지는 아련한 모습이었다. 백두산에 오르는 길은 자작나무와 소나무가 조화로운 숲을 이루었고 정상 근처의 고산화원은 낮은 풀과 야생화가 융단처럼 깔려 있었다. 신부의 면사포 같은 비룡폭포에서는 중국인 관리인에게 플래카드를 빼앗기기도 했다. 겨우 찾기는 했지만 동북공정의 심각성을 직접 경험할 수 있었다.

거대한 유리집 안에 있어 안락해 보이기보다는 답답하게 느껴졌던 광개토대왕비, 무너져 가는 광개토대왕릉, 장군총 등을 돌아보며 역사의 소중함과 반듯하게 되살려야 한다는 책무성을 느꼈다. 세대가 달라지더라도 언젠가는 반드시 광개토대왕과 장수왕의 기개와 대륙을 향한 열망을 이어가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순 감옥을 만나기 위해 우리는 10시간 넘게 버스를 탔다. 그곳에서는 신채호와 안중근 그리고 이회영을 만날 수 있었다.

이번 연수는 역사와 조국,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고민하게 하는 무겁고도 행복한 연수였다. 계획한 것은 아니었지만 필자는 우연히 여름에 가족과 함께 제주도 한라산을 등반했다. 그러고 보니 광복 70주년의 여름에 한라에서 백두까지를 다녀 온 것이다.

충북 단재교육연수원에서 이렇게 의미 있는 연수를 기획한 것에 먼저 감사드린다. 학교로 돌아와 아이들에게 단재의 정신을 전하는 첫 수업을 하며 당부를 했다. 대학생이 되어 유럽으로 배낭여행을 꿈꾸기 전에 부디 백두산을 먼저 만나라고 부탁했다. 다행히 아이들도 미소 지으며 고개를 끄덕여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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